교과서 호황 이후, 비상교육이 꺼내든 두 번째 카드
교과서 호황 이후, 비상교육이 꺼내든 두 번째 카드
insightkorea.co.kr 보도 | 4 days ago
교과서 호황 이후, 비상교육이 꺼내든 두 번째 카드
최근 비상교육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은 국내 교육 출판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연결 기준 매출 1042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1%, 83.3%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교과서 개편 호황이 자리한다. 그러나 양태회 비상교육 대표의 고민은 표면과 다르다. 호황의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아니라, 호황이 끝난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맞춰져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비상교육은 이 흐름에 맞춰 조달청과 초등 국정도서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조달 물량을 확보했다. 1분기 출판사업 매출 811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은 개정 초기 연구개발비 부담이 분산된 덕분에 더욱 빛을 발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교과서 특수’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정 교육과정 도입이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에는 출판 매출이 자연스럽게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상교육은 출판을 넘어 디지털 교육과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축이 T-러닝(T-learning) 사업이다. 기존 러닝사업부문과 티칭사업부문을 통합한 이 부문은 스마트학습지 ‘온리원(ONLY1)’을 중심으로 유아교육기관 대상 사업과 학원 프랜차이즈를 아우른다. 지난해 T-러닝 사업 매출은 816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30.4%를 차지했으나, 아직 부문 자체는 적자 상태다. 비상교육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고비용 매스미디어 광고를 축소하고 판관비를 줄이는 한편,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회원 이탈을 막는 전략이다. 온리원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T-러닝 부문 전체의 손익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AI 디지털교과서(AIDT)와 AI 코스웨어를 통한 공교육 디지털 전환 시장 공략이다. 정부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비상교육은 기존 교과서 콘텐츠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단순히 종이책을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학교와 교육청에 공급해 매출 기반을 다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비상교육은 수년간 AI 학습 플랫폼 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자체 AI 엔진과 데이터 축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사업도 디지털 전환과 결을 같이한다. 비상교육은 기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한국어 솔루션을 공급하던 범위를 일본 등 선진 교육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핵심 무기는 AI 기반 교육 플랫폼 ‘올비아(AllviA)’다. 올비아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해외 교육 기관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비상교육은 라이선스 계약 확대를 통해 로열티 매출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국내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교육 기술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비상교육의 행보는 국내 에듀테크 업계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교과서라는 전통적 수익 모델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수명은 개정 주기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개정이 완료되면 매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수익 모델의 전환’을 의미한다. 온리원의 흑자 전환 사례는 콘텐츠 경쟁력과 비용 효율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셋째, 글로벌 SaaS 모델은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이다. 다만 현지화와 마케팅 비용, 법규 대응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결국 비상교육의 진정한 시험대는 2027년 이후다. 교과서 개편 특수가 끝나고, 디지털 사업과 글로벌 플랫폼이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태회 대표의 ‘포스트 교과서 전략’이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AI 기술력 고도화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 교육 출판 1위 기업의 다음 행보가 에듀테크 생태계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