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 74% 생존율의 함정: '제2의 구글' 꿈꾸는 에듀테크, 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에 갇히나

대학 창업 74% 생존율의 함정: '제2의 구글' 꿈꾸는 에듀테크, 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에 갇히나

dt.co.kr 보도 | 4 days ago

대학 창업 74% 생존율의 함정: '제2의 구글' 꿈꾸는 에듀테크, 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에 갇히나

한국 대학의 기술 창업이 양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13년 새 창업 기업 수가 3배로 늘었고, 5년 생존율은 74%에 달해 일반 창업(33.8%)이나 OECD 평균(45.4%)을 크게 웃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학 인프라 확충 덕분이다. 그러나 이 겉모습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창업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치고 있으며, 특히 긴 연구개발(R&D) 기간과 후속 투자 공백 때문에 사업 확장 단계에서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에듀테크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학의 우수한 원천기술이 제대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전망보고서' 중장기 심층연구에 따르면, 대학 창업 기업 수는 2011년 987개에서 2024년 2887개로 약 3배 증가했다. 창업 담당 교원·직원 수는 700명에서 2200명으로, 창업 강좌 수는 6배, 이수자 수는 3배 늘었다. 인프라 측면에서만 보면 성공적인 성과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이전율이다. 한국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26%로 미국(40.9%)과 영국(61.0%)에 크게 뒤진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술이전 이후 실제 수익이나 매출이 발생한 비율이 2019년 26.6%에서 2023년 19.2%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즉, 기술을 이전하더라도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는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조차 시간이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 2015~2019년 설립돼 5년 연속 매출이 발생한 대학 창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 차 1.2%에서 5년 차 -3.3%로 적자 전환했다. 부채비율도 159.2%로 제조 중소기업 평균(111.2%)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비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핵심 원인은 '스케일업(scale-up) 단계'의 자금난에 있다. 일반 창업 기업은 시제품 출시와 시장 진입 전후로 자금난을 겪은 뒤 상황이 개선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대학 혁신 창업 기업은 시제품을 만든 이후에도 기술 실증, 인증 획득, 추가 R&D, 시장 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바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이다. 한은 자체 설문조사에서 대학 창업 유경험자의 46.3%가 최근 3년간 외부 자금조달에 실패했다고 답했다. 자금난은 핵심 경쟁력인 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대학 창업 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은 약 3억원으로, 첨단 업종 벤처기업 평균 약 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회수 시장도 취약하다. 국내 창업 기업의 회수 시장은 기업공개(IPO) 비중이 높지만, IPO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4.7년에 달한다. 일반지주회사 벤처캐피탈(CVC)에 대한 규제로 인수합병(M&A) 수요도 제한적이다. 결국 후속 투자와 회수 경로가 막히면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이 현상은 에듀테크 분야에서 특히 뼈아프게 작용한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교육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AI 기반 학습 플랫폼, 적응형 평가 시스템,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 등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나 기업에 도입되기까지 규제, 인증, 파일럿 테스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교육 시장은 공공 조달 비중이 높고, 의사 결정 주체가 다양해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대학 창업 특성상 연구 중심의 교원이나 연구원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스케일업 전략에 취약한 것도 한 원인이다. 한은은 교원 업적평가에 기술이전과 창업 실적을 반영하고, 공공조달 과정에서 대학 창업 기업이 첫 매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범구매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식재산권(IP) 담보 특례와 매출연동상환 방식 등 대체 금융 수단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의 시사점은 에듀테크 업계에 매우 중요하다. 우선, 대학 내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교원 평가에서 논문 실적 외에도 기술이전과 창업 실적을 중시하고, 겸직 및 기술 이전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재정 투입 없이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둘째, '성장사다리' 개념을 도입해 초기 창업 지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스케일업 단계까지 연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 조달의 수요자 역할을 확대해 대학 창업 기업의 첫 매출을 보장해주는 '시범구매 제도'는 에듀테크 기업이 학교 현장에서 실증 기회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민간 투자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CVC 규제 완화, 세제 혜택, M&A 활성화 방안 등을 통해 후속 투자와 회수 시장을 확대해야 '제2의 구글' 같은 글로벌 유니콘 탄생이 가능해진다. 어느 한 정책이 만능은 아니다. 대학의 연구 역량, 창업 인프라, 공공 수요 창출, 민간 자본 유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대학 기술 창업이 진정한 혁신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에듀테크 업계는 지금이 바로 그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할 결정적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