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칠판, 이제 단순한 칠판이 아니다"…에듀싱크가 노리는 학원 수업 데이터의 미래
"전자칠판, 이제 단순한 칠판이 아니다"…에듀싱크가 노리는 학원 수업 데이터의 미래
venturesquare.net 보도 | 1 week ago
"전자칠판, 이제 단순한 칠판이 아니다"…에듀싱크가 노리는 학원 수업 데이터의 미래
사교육 시장에서 '강사 의존도'는 늘 화두다. 같은 학원, 같은 과목이라도 담당 강사가 누구냐에 따라 수업의 질과 학생 만족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편차를 해소할 체계적 도구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수업 자료는 강사 개인의 노트북이나 USB에 저장되기 일쑤였고, 결석생을 위한 보강은 강사의 '재량'에 맡겨졌다. 이러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스타트업이 있다. 에듀싱크가 출시한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기존 학원의 수업 운영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수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로 진화하려는 시도다.
클래스보드 아카데미의 핵심은 전자칠판이다. 단순히 화면을 띄우는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강사용 웹, 학생용 스마트 디바이스, 학원 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강사가 교안을 업로드하면 강의실 전자칠판뿐 아니라 학생들의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도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수업 중 판서 내용은 자동 저장되어 PDF로 변환되며, 이 파일은 결석생 보강 자료는 물론 학부모 상담 자료로도 즉시 활용 가능하다. 에듀싱크가 이 솔루션으로 타깃으로 삼은 곳은 전자칠판을 이미 보유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중대형 학원이다. 이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다. 학원 입장에서 별도의 고가 하드웨어 없이 기존 인프라만으로 디지털 전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학원 수업 현장의 비효율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첫째, 결석생 발생 시 강사는 동일한 내용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이는 강사의 피로도를 높일 뿐 아니라, 수업 진도를 늦추는 요인이었다. 둘째, 강사마다 자료 관리 방식이 달라 분반이 많은 학원에서는 수업 품질을 표준화하기 어려웠다. A강사는 판서를 사진으로 찍어 저장하고, B강사는 손글씨로 요약본을 만들었다면, 학원 입장에서는 일관된 품질 관리가 불가능하다. 셋째, 학습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않았다. 학생이 어떤 개념을 어려워하는지, 수업 시간에 집중도가 어땠는지에 대한 분석은 강사의 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이러한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에듀싱크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수업 도구를 넘어 '수업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권가원 대표는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렀던 전자칠판을 학원 수업 데이터의 핵심 허브로 확장하는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AI 기반 서비스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축적된 수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수업 요약 리포트 제공, 학생 개인별 취약 개념 분석, 실시간으로 강사를 도와주는 AI 수업 코파일럿 기능까지 고도화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종이 수업을 디지털로 옮기는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교육'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에듀싱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에듀테크 시장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일반화되면서 학원가에도 디지털 도구 도입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솔루션이 단순 화상 수업 플랫폼이나 출석 체크 시스템에 머물렀다면,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수업이라는 핵심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화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또한 에듀싱크는 이미 공교육 현장에서도 경험을 쌓아왔다. 양명고, 평택성동초, 안산국제비즈니스고 등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KBS와 재난특보대응시스템 POC(개념 증명)를 운영한 이력도 있다. 이는 단순한 스타트업의 실험을 넘어 실질적인 현장 검증을 거쳤다는 신뢰도를 제공한다.
국내 학원 시장은 약 7만 5000여 개(2023년 기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전자칠판을 보유한 중대형 학원은 수천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을 정조준한 에듀싱크의 전략은 현명해 보인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 번째는 기술적 안정성이다. 전자칠판과 학생 기기 간 실시간 연동이 끊기거나 지연될 경우 수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 두 번째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다.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학원 현장의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다. 일부 강사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며, 새로운 도구를 '또 하나의 업무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에듀싱크가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 솔루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편리한 도구를 넘어, 학원의 수익성과 강사의 생산성, 학생의 성적 향상이라는 명확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권 대표의 발언처럼 AI 코파일럿 기능이 실제로 강사의 수업 부담을 덜어주고, 취약 개념 분석이 학생의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학원가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공교육, 기업 교육 시장으로의 확장까지 고려한다면, 에듀싱크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에듀테크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다. 어떤 기술도 데이터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에듀싱크가 전자칠판을 통해 확보하려는 것은 바로 이 '수업 데이터의 지배력'이다. 학원 수업의 모든 순간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분석되는 시대, 에듀싱크의 행보가 그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