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 '죽음의 계곡' 두 번 건너야 하는 한국 에듀테크, 질적 전환 없인 미래 없다
대학 창업 '죽음의 계곡' 두 번 건너야 하는 한국 에듀테크, 질적 전환 없인 미래 없다
fnnews.com 보도 | 4 days ago
대학 창업 '죽음의 계곡' 두 번 건너야 하는 한국 에듀테크, 질적 전환 없인 미래 없다
스탠퍼드 대학 기숙사에서 탄생한 구글, MIT 연구실에서 시작한 드론업체, 그리고 대학원생 두 명이 창업한 애플. 글로벌 혁신의 상징이 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대학 창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보고서는 한국의 대학 창업 생태계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창업자가 자금 조달의 공백에 직면하는 '두 차례의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해 원천기술이 시장에서 사장되고 있는 현실은 에듀테크 분야의 혁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더욱 뼈아픈 경고다.
[본문 1: 핵심 사실과 구조적 문제]
한은 보고서가 지목한 첫 번째 죽음의 계곡은 창업 초기 단계인 '사업화 단계'에서 발생한다. 대학 내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의 전문성 부족이 핵심 원인이다. 2023년 기준 국내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특허 활용률은 27.0%에 불과했으며, 변리사를 보유한 기관 비중은 16.9%에 그쳤다. 이는 미국(40.9%)이나 영국(61.0%)의 기술이전율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기술의 권리 보호와 가치 평가, 거래 협상 역량이 취약하다 보니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원천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연구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교원 평가 체계에 있다. 현재 대학은 논문 게재 실적이나 연구비 수혜 규모 같은 학술 활동에 집중된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창업을 장려할 유인책이 부족한 데다, 창업에 실패할 경우 개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크다. 국내 정책금융·보증제도가 대표자 개인보증 관행에 의존하고 있어, 창업 실패 후 신용회복이나 채무자회생 절차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점도 창업 의지를 꺾는 요인이다.
보고서는 두 번째 죽음의 계곡으로 '스케일업 단계'에서의 후속 투자 부재를 꼽았다. 시리즈 A 이후 성장 자금이 제때 투입되지 않으면서 기술 고도화와 시장 확장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은이 창업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간 외부 자금조달에 실패한 응답자는 46.3%에 달했다. 실패 원인으로는 복잡한 신청 절차(15.4%), 높은 평가 기준(15.4%), 투자자 연결 경로 부족(13.4%) 등이 지목됐다. 특히 딥테크 및 실험실 기반 창업의 경우 기술 검증(PoC), 시험·인증, 규제 적합성 확보, 초기 수요처 발굴, 글로벌 시장 진입 등 단계마다 다른 유형의 자금과 네트워크가 필요하지만, 현행 지원 체계는 초기 설립 지원에 편중돼 있어 특정 구간에서 자금이나 시장 연결이 끊기면 전체 혁신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문 2: 에듀테크 관점에서의 추가 분석과 맥락]
이러한 구조적 결함은 에듀테크 분야에서 특히 치명적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기술로 연결하는 사업인 만큼, 교사와 학생, 학교 관리자, 교육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기술 검증(PoC)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규제, 교육과정 연계, 학교 현장 도입을 위한 공공조달 절차 등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자금이 바닥나거나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도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문제는 이러한 실패가 단순히 기업 하나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은 정종우 과장의 지적처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사장되는 원천기술이 누적"되면서 국가 전체의 혁신 역량이 약화된다. 특히 에듀테크는 AI 튜터, 맞춤형 학습 플랫폼, 데이터 기반 교육 분석 등 고부가가치 기술이 집약된 분야다.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이 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한 한국 에듀테크 업계는 M&A(인수·합병) 시장의 부재로 인한 자금 회수 어려움도 겪고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벤처 투자에서 IPO(기업공개) 비중이 2017년 21%에서 2025년 37%로 증가한 반면, 매각(인수합병 포함) 비중은 47%에서 49%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는 기업이 성장 후 자금을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전략적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환경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에 대한 다층적 규제가 M&A 수요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인정받아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인수해 사업화하는 경로가 막혀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5개(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가 대학 창업에 기인한다. 반면 한국은 시총 30위권 내에서 대학 창업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격차가 아니라, 대학의 혁신 기술이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시스템 자체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에듀테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IT 기술력이 결합되면 세계적인 에듀테크 기업이 탄생할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창업 생태계의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해 가능성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시사점: 에듀테크 업계의 전환점과 향후 전망]
이번 한은 보고서가 에듀테크 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대학 내 기술사업화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TLO 전문화와 역할분리형 모델 도입은 필수 과제다. 에듀테크 기술의 경우 교육 현장의 니즈와 기술의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특허를 등록하고 라이선싱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의 시장 가능성을 진단하고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공공부문이 수요자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 현장이 혁신조달(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공이 우선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준다면, 기업은 실증 기회를 얻고 정부는 교육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한은 보고서가 제안한 '수요 측 혁신조달'과 '패스트트랙' 도입은 에듀테크 분야에 가장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정책이다.
셋째,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회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CVC 규제 완화와 M&A 시장 조성은 대기업이 혁신 기술을 흡수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정종우 과장이 언급한 대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지분투자 및 M&A로 연결하는 경우 기술 인수 비용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인수 후 일정 기간 기술 활용이나 후속 연구개발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안"은 인수 후 혁신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위험을 막으면서 기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 내 교원 평가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창업 실적을 논문 실적만큼 인정하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더 많은 교수와 연구자가 창업에 도전할 것이다. 에듀테크 분야는 특히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창업 경험과 현장 적용 사례가 학술 연구 못지않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지적한 '두 번의 죽음의 계곡'은 단순한 자금 조달의 문제를 넘어, 대학 혁신 생태계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요구한다. 에듀테크는 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할 분야지만, 현재의 창업 지원 체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정부와 대학, 민간 투자자가 함께 협력해 성장 사다리를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에듀테크의 애플'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술의 가치가 시장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지금이 바로 질적 전환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