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칠판에서 피어난 데이터, 에듀싱크가 노리는 ‘학원 수업의 AI화’

전자칠판에서 피어난 데이터, 에듀싱크가 노리는 ‘학원 수업의 AI화’

venturesquare.net 보도 | 3 days ago

전자칠판에서 피어난 데이터, 에듀싱크가 노리는 ‘학원 수업의 AI화’

[도입부] 학원가에서 전자칠판은 더 이상 낯선 기기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학원은 이 하드웨어를 단순한 디스플레이로만 활용할 뿐, 수업 과정에서 생산되는 판서와 자료는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에듀싱크는 이러한 공백을 파고들었다. 학원 수업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를 내놓으며, 전자칠판을 단순한 도구에서 ‘데이터 수집 허브’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본문 1] 에듀싱크가 공식 출시한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전자칠판을 중심축으로 삼아 강사용 웹 인터페이스와 학생용 스마트 디바이스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통합 수업 운영 플랫폼이다. 주요 타깃은 이미 전자칠판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중대형 학원이다. 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은 ‘수업 데이터의 단절’이었다. 결석생이 생기면 강사는 동일한 내용을 재설명해야 했고, 수업 중 칠판에 쓴 판서는 필기 형태로만 남거나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다. 분반이 여러 개인 학원에서는 강사마다 자료 관리 방식이 달라 수업 품질의 표준화가 어려웠다.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이 문제를 전자칠판과 클라우드의 결합으로 풀어냈다. 강사가 교안을 업로드하면 강의실 전자칠판과 학생 기기에 자동으로 동기화된다. 수업 중 작성한 판서와 자료는 PDF로 실시간 저장되며, 저장된 파일은 결석생 보강, 학생 복습, 학부모 상담 자료 등으로 즉시 재활용할 수 있다. 특정 학생이 어떤 개념을 놓쳤는지 히스토리를 추적하기 쉬워지면서, 학원은 개별 맞춤형 피드백의 가능성을 열게 됐다. 이는 기존에 전자칠판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행동 데이터’ 수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에듀싱크는 이 플랫폼을 단순한 수업 운영 툴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권가원 대표는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렀던 전자칠판을 학원 수업 데이터의 핵심 허브로 확장하는 솔루션”이라고 정의하며, 향후 누적된 수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수업 요약 리포트, 취약 개념 분석, AI 수업 코파일럿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을 밝혔다. 즉, 단순히 판서를 저장하는 차원을 넘어, 수업의 질을 분석하고 강사의 수업 설계를 도와주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본문 2] 에듀싱크의 접근은 최근 에듀테크 시장에서 주목받는 ‘수업 데이터의 자산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 학원은 수업 콘텐츠와 강사의 역량에 의존해 왔지만, 데이터 기반 운영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학원이 자체적으로 수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학원의 디지털 전환(DX)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전자칠판 연동만으로는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여러 전자칠판 제조사들이 자체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대형 에듀테크 기업들도 학원 대상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듀싱크가 보유한 강점 중 하나는 공교육 현장에서의 베타 테스트 경험이다. 양명고, 평택성동초, 안산국제비즈니스고 등에서의 실증을 통해 기능을 다듬었고, KBS와의 재난특보대응시스템 POC 운영 경험도 축적했다. 이는 학원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공공 부문에서 검증된 안정성과 신뢰도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화여대기술지주와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점, 예비창업패키지 최우수 기업,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 등 공인된 성과도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상쇄할 요소다.

권 대표의 발언에서 주목할 점은 ‘공교육과 사교육, 기업 교육 시장까지 아우르는 AI 기반 수업 지원 플랫폼’으로의 확장 비전이다. 이는 단순히 학원 SaaS 판매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 전반에서 수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하는 인프라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서의 데이터 민감성, 학원과 강사 간의 역할 재정립 문제, 그리고 AI 기능의 실질적 유용성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AI 수업 코파일럿 기능이 실제로 강사의 수업 시간을 단축하고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 데이터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점은 잠재 고객들의 신중한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시사점] 에듀싱크의 클래스보드 아카데미는 학원 대상 B2B 에듀테크 시장에서 데이터 인프라를 앞세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전자칠판이라는 비교적 보편화된 하드웨어를 데이터 수집의 출발점으로 삼아, 수업 운영의 효율성뿐 아니라 학원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 시장은 이미 많은 플레이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레드오션이기도 하다. 에듀싱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능의 차별성뿐 아니라, 실제 학원 현장에서의 사용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클래스보드 아카데미가 단순히 전자칠판과 연동되는 ‘또 하나의 도구’에 머물지 않고, AI를 통해 수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교육용 OS’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학원 수업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지금, 에듀싱크의 도전은 한국 에듀테크 생태계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