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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실험: AI 실무 교육이 영덕에서 열리는 이유
venturesquare.net 보도 | 1 week ago
지역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실험: AI 실무 교육이 영덕에서 열리는 이유
한적한 동해안의 어촌 마을 영덕군이 창업기업 성장 지원을 위해 AI 실무 교육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한 창업 강연이 아닌,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계획서 작성과 특허 출원 실습, 투자유치(IR) 자료 제작까지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커리큘럼을 내세운 '2026 영덕 스케일업 교육'이 오는 6월 4일부터 4주간 진행된다. 전액 무료에 최대 5,000만원 규모의 사업화 자금 연계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수도권 중심의 창업 지원 패러다임에 지역에서 던지는 도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덕군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교육은 강구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대상은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 그리고 해양수산 분야 창업기업으로 한정했다. 교육은 매주 목요일 영덕군 로하스 수산식품지원센터에서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프로그램의 실전성이다. AI를 활용한 사업계획서 고도화, 특허 출원 실습, 실전 마케팅 전략 수립, 투자유치를 위한 IR 자료 제작 등 창업자가 실제 사업장에서 부딪히는 핵심 난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AI 활용과 특허 실습 등 현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의 가장 큰 매력은 수료생에게 주어지는 후속 지원이다. 수료생은 '2027 영덕 신활력 어촌정착 지원사업' 신청 시 가점을 부여받는다. 해당 사업은 최대 2년간 5,000만원 규모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육 참가자에게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실질적인 자금 조달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많은 창업 교육이 '한 방에 그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교육을 통해 검증된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춘 창업자에게 정책 자금을 우선 연결함으로써, 지역 내 창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지역 창업 활성화를 넘어 한국 에듀테크 환경에 주는 시사점은 더 깊다. 첫째, AI를 창업 교육의 핵심 도구로 전면 배치했다는 점이다. 많은 지자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여전히 이론 중심의 경영 강의나 세무 회계 교육에 머무는 반면, 영덕은 AI를 사업계획서 고도화에 직접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생성형 AI가 기획과 문서 작성 영역에서 실질적인 생산성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초기 창업자의 60% 이상이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데, AI가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둘째, 에듀테크의 지역 확산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격차는 창업 생태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이나 판교에서 열리는 고급 AI 활용 교육이나 전문 IR 교육은 지역 창업자에게 접근성이 낮다. 영덕 스케일업 교육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가 아닌, 지역 내 물리적 공간에서 대면으로 진행되는 실습 중심 교육은 오프라인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최신 기술을 전수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강구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과 연계해 해양수산 분야에 특화된 점은 영덕의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도 AI라는 범용 기술을 접목한 전략적 선택이다.
셋째, 교육의 성과 측정 지표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단순 수료율이나 만족도가 아닌, 실제 사업화 자금 연계와 투자유치 성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에듀테크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학습 결과’가 아닌 ‘경제적 성과’로 평가하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물론 단기간의 교육만으로 창업 성공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자체가 창업 교육을 단순한 복지 사업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지역 창업 생태계의 ‘풀(pool)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영덕 같은 중소 도시는 창업 인프라 부족으로 우수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AI 기반 실무 교육과 후속 자금 지원이 결합하면, 지역 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창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다만 교육의 지속 가능성과 품질 관리가 과제로 남는다. 4회의 단기 교육이 실제 창업자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후 멘토링이나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어떻게 설계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시사점: 에듀테크, 창업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까
영덕 스케일업 교육은 단순한 지자체 창업 지원 사업을 넘어, 에듀테크가 지역 균형 발전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장이다. AI를 교육의 도구이자 콘텐츠로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은, 향후 다른 지자체나 교육 기관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교육과 정책 자금의 연계는 창업 교육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교육 후에도 지속적인 피드백과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영덕이 시작한 이 실험이 지역 창업 교육의 새로운 기준을 세울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