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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에서 애플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 '두 번의 죽음의 계곡'이 가로막는 혁신

fnnews.com 보도 | 1 day ago

한국 대학에서 애플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 '두 번의 죽음의 계곡'이 가로막는 혁신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보고서는 한국 대학 창업 생태계의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창업 기업 수는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지만, 기술이전율은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대학 창업 사례가 전무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창업 과정에서 두 차례의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초기 자금 조달과 후속 투자 단계에서 제때 자금이 공급되지 않아 우수한 원천기술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문제를 넘어 대학의 평가 체계, 기술이전 인프라, 회수 시장의 구조적 결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대학 창업의 첫 번째 장벽을 '사업착수 단계'로 지목했다. 현재 대학 교원 평가는 논문 실적과 연구비 수혜 규모에 집중돼 있어 창업에 나설 유인이 극히 부족하다. 창업에 실패할 경우 개인보증 관행과 불충분한 신용회복 제도로 인해 교원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의 전문성 부족이 두 번째 걸림돌이다. 국내 TLO의 변리사 보유 비율은 16.9%에 불과하고 특허 활용률은 27.0%에 그친다. 특허를 권리 보호, 가치 평가, 거래 협상으로 연결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게다가 산학협력단, 창업지원단, 기술지주회사, TLO 등 유관 조직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면서 창업자는 동일한 정보를 여러 기관에 반복 제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시드 펀드와 엑셀러레이터 연계 서비스가 미흡하다 보니 초기 자금조차 원활히 유입되지 않는 '첫 번째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초기 장벽을 넘어서도 '스케일업 단계'에서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린다. 한은이 창업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간 외부 자금조달에 실패한 비율은 무려 46.3%에 달했다. 실패 원인으로는 복잡한 신청 절차와 높은 평가 기준(각 15.4%), 투자자 연결 경로 부족(13.4%) 등이 꼽혔다. 특히 딥테크나 실험실 기반 창업의 경우 기술 검증, 시험·인증, 규제 적합성 확보, 초기 수요처 발굴, 글로벌 시장 진입 등 단계마다 상이한 유형의 자금과 네트워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지원 체계는 초기 설립 지원에 편중돼 있어 시리즈 A 이후 성장자금이 원활히 투입되지 못한다. 그 결과 사업 고도화에 실패하고 원천기술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사장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른바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이다. 설상가상으로 후속 투자와 회수 단계에서도 문제는 계속된다. 매각보다 기업공개(IPO) 비중이 2017년 21%에서 2025년 37%로 급증하면서 자금 회수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는 코스닥의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 요건이 IPO 유인을 제공했지만,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유인은 약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에 대한 규제가 M&A 수요를 제약한 결과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교육과 기술의 접점인 에듀테크 분야에 특히 치명적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맞춤형 학습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 사이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AI 튜터링 시스템은 교육 현장에서의 실증과 규제 적합성 확보, 교사와 학생의 수용성 검증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자금이 소진되면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 교육 시장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가 모호하고, 학교 현장의 디지털 인프라가 불균등하며,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제가 까다롭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 실험실에서 나온 혁신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더욱 많은 자금과 네트워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지원이 단절된 구간이 명확히 존재하며, 그 결과 한국의 에듀테크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쳐질 위험에 처해 있다.

한은 보고서는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대학 거버넌스를 개혁해 교원 평가 체계에 창업 성과를 반영하고, 둘째, 공공부문이 초기 수요자로서 기술을 채택하는 '혁신조달'을 활성화하며, 셋째,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TLO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역할 분리형 모델을 도입하며,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대체 금융과 패스트트랙 심사를 도입하고, 회수 단계에서는 M&A 시장 활성화와 CVC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특히 정종우 한은 과장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지분투자 및 M&A로 연결되는 경우 기술 인수 비용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인수 후 기술 활용 조건을 부과해 혁신 프로젝트 중단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사점: 에듀테크 혁신의 마중물, 대학 창업 생태계의 전환점

이번 분석이 에듀테크 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대학은 여전히 기술 혁신의 핵심 원천이지만, 그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 특히 에듀테크는 교육 현장의 특수성과 기술 발전 속도가 맞물리는 분야인 만큼, 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 대학 내 평가 체계가 바뀌어야 하고, TLO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하며, 초기 자금부터 회수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제시한 진단과 처방이 정책으로 구현된다면, 에듀테크 분야에서도 '대학 창업→기술 사업화→글로벌 진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혁신 기술은 계속해서 '죽음의 계곡'에 갇힌 채,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요원한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에듀테크 업계는 이번 분석을 계기로 대학-산업-정부 간 협력 모델을 재정립하고, 특히 초기 투자와 후속 지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