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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이 증명한 ‘사교육 양극화’…초4는 중3 과정, 학원비는 월 400만원 시대

머니투데이 보도 | 1 week ago

대치동이 증명한 ‘사교육 양극화’…초4는 중3 과정, 학원비는 월 400만원 시대

한 줄 띄움

초등학교 4학년이 중학교 3년 과정을 끝내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유명 수학 학원에서는 초3이 6학년 과정을 선행하고, 초4가 중학교 전 과정을 마스터하는 수업이 일상적으로 열린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별 첨삭을 위한 '맞춤 수업'을 추가로 신청한다. 이 모든 과정은 기본 수강료 위에 추가 비용이 얹어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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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이 이른바 '고비용·고강도' 구조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중소 학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가 하면, 살아남은 대형 학원들은 몸집을 키우며 프리미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최근 발간한 '2026년 사교육 실태백서'에 따르면, 대치동 입시 전문 학원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의 강의 개설 수가 4년 만에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이 학원이 대치동에서 개설한 반 수는 총 1만3345개로, 2022년 3453개와 비교하면 3.9배 증가한 수치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 최상위권 입시반으로 시작한 하이컨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용인에 기숙학원을 열었고, 법학적성시험(LEET) 학원까지 개원했다. 올해는 유아·초등 스마트패드 학습 브랜드 '윙크'를 운영하는 단비교육을 인수하고, 전국 모의고사 사업도 추가로 손에 넣었다.

수학·과학 전문 학원들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개념상상·폴리아는 2022년 734개였던 개설 반 수를 지난해 1666개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미래탐구의 경우 같은 기간 342개에서 1231개로 3.6배 증가했다. 이 학원들은 단순히 반 개수만 늘린 것이 아니다. 사고력, 현행 심화, 경시대회 준비반 등으로 수업을 세분화하고, 학년 단계를 뛰어넘는 초고속 선행 과정을 편성했다. 일부 학원의 최상위반은 초등학교 3학년이 6학년 과정을 듣고, 초등학교 4학년은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끝내는 수준의 선행 학습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고급화·세분화 전략은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교육부의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전체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27조5000억원이었다. 학령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전체 시장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이 수치에는 의대·약대 진학을 노리는 N수생(재수·삼수생)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체감 비용은 훨씬 높다. 대형 재수 종합반의 경우 교재비와 모의고사비를 포함해 월 300만~400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훈 사걱세 공동대표는 "카페형 자습실, 멘탈 관리와 생활 코칭, 입시 컨설팅을 결합한 상품이 확산되면서 대형 학원들은 시설 경쟁과 브랜드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소 학원들은 폐원하거나 세분화된 맞춤형 상품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임대료, 강사료, 홍보비 등을 고려하면 학원 운영 자체가 고비용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수능 모의고사·콘텐츠 시장의 급격한 팽창이다. 특정 대형 학원이 자체 제작한 모의고사가 사실상의 표준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등장할 때마다 학원가의 고난도 문제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나 공동대표는 "고난도 출제에 대비하기 위한 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특정 학원의 모의고사가 기준처럼 소비되고 있다"며 "킬러문항 중심의 대입 상대평가 체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탐구와 같은 학원은 대치논술센터를 통해 논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으로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되면서 상위권 대학이 논술과 면접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다. 학원들은 이같은 대입 변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고액의 논술·면접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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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사교육 시장의 양극화가 기술 발전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AI 기반 개인화 학습, 빅데이터 분석,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대형 학원들은 더 정교하고 고급화된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자본력이 약한 중소 학원이나 에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둘째, '고비용·고강도' 사교육 구조는 에듀테크가 단순히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고가의 프리미엄 학습 콘텐츠와 AI 튜터링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그렇지 못한 가정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교육을 받게 되는 '교육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셋째, 공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학원들이 대입 개편, 수능 출제 경향 등 교육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반면, 공교육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등 정부의 에듀테크 정책이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교육 내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에듀테크 업계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교육의 본질인 '공정한 기회'와 '전인적 성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치동 사례가 보여주듯, 현재의 사교육 시장은 이미 학생들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이윤 추구를 넘어, 어떻게 하면 기술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