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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낭독과 AI의 결합, 커리어블이 증명한 에듀테크의 새로운 가능성
venturesquare.net 보도 | 4 days ago
릴레이 낭독과 AI의 결합, 커리어블이 증명한 에듀테크의 새로운 가능성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책 읽기는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주는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종이책이라는 단일한 매체는 지루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 스타트업이 게임의 재미와 인공지능의 정밀함을 접목해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릴레이 낭독 기반 언어인지 향상 솔루션을 운영하는 커리어블이 씨엔티테크와 넥스트엘레베이션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커리어블이 운영하는 ‘그로미’는 기존의 독서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친구들과 돌아가며 책을 읽는 릴레이 낭독 방식을 도입해 읽기를 사회적 활동으로 전환한 것이다. 세계명작, 영어원서, 기사, 교과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읽으며 점수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형 구조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동기를 부여한다. 여기에 랭킹 경쟁과 미션 수행 시스템이 더해져 아동의 독서 몰입도와 언어인지 능력 향상을 동시에 지원한다. 단순히 책을 읽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번 투자 유치의 핵심은 자금 조달 자체보다는 AI 기술 고도화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에 있다. 커리어블은 현재 아동의 낭독 음성을 기반으로 읽기 위치를 추적하고 오류를 탐지하는 실시간 읽기 상태 추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는 단순한 음성 인식 수준을 넘어, 아이가 어디를 읽고 있는지, 어떤 단어에서 막히는지, 발음상의 오류는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여기에 자동 교대 제어 기능을 더해 다수의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번갈아 가며 읽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스택은 기존의 문제풀이형 또는 온라인 강의형 에듀테크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강점이다.
커리어블의 비전은 국내 초등 독서 교육 시장을 넘어 글로벌 언어 학습 플랫폼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특히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 시장은 주목할 만한 타겟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2세, 3세들은 한국어 노출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언어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에게 또래와 함께 읽으며 게임처럼 접근할 수 있는 그로미는 효과적인 한국어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미 동작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며, 국내외 교육기관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확장 전략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서비스 기획력과 실행력이 뛰어나고 AI 기반 읽기 분석 기술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 이유를 밝힌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에듀테크 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자동화나 개인화 학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AI가 어떻게 학습자의 실제 행동을 관찰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지다. 커리어블의 기술은 아이들이 실제로 소리를 내어 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류와 패턴을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문장을 이해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존 독해 평가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다.
강대엽 커리어블 대표는 “숏폼과 AI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읽기 집중력과 사고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3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독서 시간은 급증한 반면, 종이책 독서 시간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매체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와 추론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커리어블은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하려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읽기’라는 본질적인 행위를 게임과 AI라는 친숙한 도구로 포장해 제시하는 것이다.
다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릴레이 낭독은 동시 접속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자 풀(pool)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서비스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소규모 학급이나 개인 사용자에게는 충분한 낭독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커리어블은 향후 AI 기반 1대1 낭독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I가 실시간으로 아이의 읽기를 듣고 반응하며, 오류를 교정하고 대화형으로 낭독을 이어가는 기술이 구현된다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맞춤형 리딩 튜터가 탄생할 것이다.
커리어블의 사례가 에듀테크 업계에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교육의 본질과 기술의 교차점’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히 책을 온라인으로 옮기거나, 학원 강의를 녹화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진정한 몰입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커리어블은 읽기라는 전통적인 학습 행위를 사회적 상호작용과 게임적 보상 체계, 그리고 AI의 정밀한 분석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재구성했다. 이는 향후 다양한 교육 영역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에듀테크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기술력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학습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설계하는 ‘서비스 기획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커리어블이 씨엔티테크와 넥스트엘레베이션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은 이러한 기획력과 기술력의 조화가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앞으로 이 스타트업이 제시할 AI 낭독 서비스와 글로벌 언어인지 플랫폼이 전 세계 교육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