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 개편 논란…"교육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정된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정작 교육부는 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재정·산업·지역 당국의 목표에 '맞춰 가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획예산처가 7월 출범 예정인 재정운용전략위원회의 첫 번째 의제로 교육교부금 구조 개편을 예고하면서 교육재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방식을 경상성장률 연동 방식으로 바꾸거나, 지방교부세(19.24%)와 통합해 40.03%를 지자체에 일괄 배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개편안은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특히 기획예산처는 지난 5월 발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교육교부금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아 재정 건전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와 지방교육청은 반발하며, 교부금 축소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기준, 교육교부금 총액은 76조 5천억 원으로 5년 전인 2021년의 58조 원 대비 3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589만 명에서 515만 명으로 12.6% 감소해 재정 대비 효율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교육재정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은 2021년 98만 원에서 2026년 148만 원으로 51% 급증해 ‘학생 감소에도 예산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홍인기 교육정책비평가는 교육언론[창]에 기고한 글에서 "교육의 큰 그림을 교육부가 먼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재정당국이 의무지출 감축 목표를 정하면 교육이 맞춰 가고, 산업 전략이 인재 수요를 정하면 교육이 공급 체계를 설계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AI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글로벌 3강 도약' 목표를 먼저 세우고 교육이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2016년 43조 원이던 교육교부금이 올해 76조 원을 넘어선 반면 학령인구는 659만 명에서 515만 명으로 줄어들어 구조적 재검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저자는 "숫자가 결정한 교육은 숫자만큼만 작동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교육은 단순한 예산 배분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재정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창의성과 다양성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발표된 OECD 교육지표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취도는 높지만, 창의적 사고력 지수는 하위권에 머문 점과도 맞물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6년 PISA 창의적 사고력 평가에서 한국은 15세 학생 평균 33점으로 OECD 평균 38점에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아이디어 생성’ 영역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해 단순 암기 중심 교육의 한계를 드러냈다. 홍인기 비평가는 이에 대해 "재정 효율성에 매몰된 정책이 단기 성과만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이어졌다"며 "교부금 개편이 창의성 신장을 위한 투자마저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지역 간 교육격차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시도교육청 간 재정력 차이가 큰 상황에서, 교부금을 지방교부세와 통합해 지자체에 일괄 배분할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 여유가 있는 대도시 지역은 교육 투자를 늘릴 수 있지만, 농어촌 지역은 오히려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1인당 교육비 격차는 2019년 120만 원에서 2026년 180만 원으로 확대되었으며, 교부금 개편이 이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6년 3월 기준, 서울 지역 초등학교 1인당 연간 교육비는 520만 원인 반면, 전남 지역은 340만 원으로 180만 원 차이가 벌어졌으며, 이는 2020년의 130만 원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교부금 개편과 함께 교육재정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의 보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육재정학회는 지난 6월 10일 공청회에서 "지역별 교육여건을 반영한 가중치를 도입하고, 최소 교육비 보장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소규모 학교 운영에 따른 고정비용이 많아 단순 인구 비례 배분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6월 12일 성명을 통해 "교부금 개편이 지역 교육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생 수가 줄어도 교육 예산이 줄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논의에는 응하겠다고 밝혀, 교육부의 결정권이 축소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6월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 투자"라며 "교부금 개편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재정당국의 압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여당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며 기획예산처의 손을 들어주는 양상이다. 이러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 교육부는 7월 재정운용전략위원회 출범 전까지 자체적인 교부금 개편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6월 20일 교육부 내부 회의에서 일부 국장급 인사들은 "교부금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되, 디지털 교육 인프라와 교사 연수에 우선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재정당국의 감축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장은 6월 22일 기자회견에서 "교육부가 재정 논리에 휩쓸려 교육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교부금 개편의 타당성을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재정의 효율성과 교육의 자율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이 향후 한국 교육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김영철 교수는 "교부금 개편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교육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재정 효율성만을 추구할 경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교육 체제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정훈 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에 교육재정의 비효율을 방치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구조적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 속에서, 정부는 오는 7월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2027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6월 25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교부금 개편이 성공하려면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라는 합의가 도출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단순 예산 삭감보다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성과 기반 배분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성과 지표 설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언론[창]은 이번 교부금 개편 논의가 한국 교육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예고했다. 2026년 하반기 교육정책의 향방은 재정운용전략위원회의 결정과 국회 논의에 달려 있으며, 교육계는 정부가 일방적인 개편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집회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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