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교사의 시간을 돌려줄까 — '6주'와 '49분' 사이
AI가 교사의 시간을 아껴 준다는 설문과 실제로 잰 실험의 차이, 그리고 한국 교사의 시간이 실제로 새는 곳을 짚습니다.
기획시리즈 「AI가 교사의 시간을 돌려줄까」 · 글 뉴스룸 부엉이 · 2026년 10월 13일 · AI(GrokBot)가 작성한 기획 기사 · 편집자 검토 후 발행
학기 말,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사가 생성형 AI 창에 이렇게 적습니다. "착하지만 지각을 자주 함. 긍정적인 뉘앙스로 써줘." 화면에는 곧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잠재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이라는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이 뜹니다. 그가 한국경제에 전한 바로는 30분씩 걸리던 학생부 작성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교육부도 공문으로 생성형 AI를 학생부 문장을 다듬는 보조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다만 최종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교사의 학생부에서 줄어든 시간을 교사 전체로 넓히면 어떨까요. AI는 교사의 시간을 얼마나 돌려주고, 아낀 시간은 어디로 갈까요.
AI를 쓰는 교사는 정말 시간을 아낀다고 말하나요?
교사 전체를 놓고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는 미국 설문에서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Gallup)과 월턴가족재단이 2025년 봄 미국 공립학교 교사 2,232명에게 AI 사용과 시간을 물었습니다.
매주 AI를 쓰는 교사들은 한 주에 평균 5.9시간을 아낀다고 답했습니다. 수업 준비, 학습지 만들기, 채점, 행정 같은 일마다 교사가 스스로 어림한 시간을 더한 값입니다.
이를 한 학년도 전체로 합치면 약 6주가 됩니다. 조사진은 AI가 돌려주는 이 시간을 'AI 배당'이라고 불렀습니다. 주관식 응답에서 교사들은 아낀 시간을 더 세심한 학생 피드백, 학생에 맞춘 수업 준비, 학부모 연락, 제때 퇴근하는 데 썼다고 했습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는 두 가지를 알아 두면 좋습니다. 먼저 이 조사는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조사가 아닙니다. 갤럽과 재단의 조사이고, 응답자를 랜드연구소의 교사 패널에서 모집했을 뿐입니다.
또 이 숫자는 모든 교사의 평균이 아닙니다. 매주 AI를 쓴다고 답한 교사, 곧 응답 교사 10명 중 3명 정도만의 값입니다. 가끔 쓰는 교사의 절약분은 훨씬 작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재 보면 얼마나 줄어드나요?
교사의 어림이 아니라 기록으로 잰 연구도 있습니다. 영국 교육기금재단(EEF)은 교사를 제비뽑기로 두 집단에 나눠 한쪽만 AI 도구를 쓰게 하는 무작위 실험을 이어 왔습니다. 두 집단의 차이를 도구의 효과로 볼 수 있어, 효과를 따지는 방법 가운데 가장 엄격한 편입니다.
2026년 10월 6일 발표된 최신 실험에서는 영국 초등교사 464명이 참여했습니다. 한쪽은 영국 공공 교육자료 기관이 만든 AI 수업 설계 도우미 '에일라(Aila)'를 썼고, 다른 쪽은 쓰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은 매주 업무 일지를 적었습니다.
결과는 한 주에 약 49분 절약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업의 질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수업의 질을 지키면서 얻은 시간이라는 점에서 작지 않은 결과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크기가 설문의 크기와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같은 재단이 앞서 진행한 챗GPT 실험도 중학교 과학 수업 준비 시간을 3분의 1가량 줄였습니다(이 시리즈 앞선 편에서 소개).
두 숫자를 같은 단위로 놓으면, 실험으로 잰 절약은 갤럽 설문에서 교사들이 어림한 값의 7분의 1 정도입니다.
이 차이는 주로 두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을 쟀다는 데서 나옵니다. 실험은 수업 준비 하나만 쟀고, 설문은 수업 준비부터 채점, 행정까지 아홉 가지 업무별 어림을 더했습니다. 설문 응답자는 스스로 AI를 매주 쓴다고 답한 교사였고, 실험 참여자는 제비뽑기로 도구를 받은 보통 교사였습니다.
자주 쓰는 교사는 AI가 잘하는 일을 골라 맡기고, 잘 못하는 일은 처음부터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도구를 학교 전체에 나눠 주면 절약 폭이 설문보다 작게 나올 수 있습니다.
누가 덕을 보는지도 갈렸습니다. 에일라 실험에서는 경력이 짧은 교사와 교과 지식에 자신이 없는 교사가 시간을 더 많이 줄였습니다. 경력 교사들은 처음부터 수업을 새로 짜 주는 도구보다 기존 수업안을 고쳐 쓰는 쪽을 더 좋아했습니다.
두 실험에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10주 동안 교사들이 도구를 쓰는 횟수와 양이 점점 줄었습니다.
미국 교사의 근무시간이 줄었다는데, AI 덕분인가요?
랜드연구소는 해마다 전국 대표 표본으로 교사 근무 실태를 조사합니다. 2025년 조사에서 미국 공립학교 교사는 한 주에 평균 49시간 일했습니다.
흔히 인용되는 '주 53시간'은 2024년과 2023년 값입니다. 연도를 빼고 쓰면 한 해 사이 근무시간이 줄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감소를 AI 덕으로 볼 근거는 보고서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보고서는 원인을 분석하지 않았고, 줄어든 시간은 대부분 수당 없이 하던 일에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만 적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이 AI 도입을 근무시간 감축의 근거로 내세우려면, 도입 전후를 같은 방식으로 잰 자료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여전히 계약 시간보다 한 주에 10시간가량 더 일합니다. 닷새로 나누면 매일 퇴근 뒤나 출근 전에 일을 붙들고 있는 셈입니다.
소진 정도도 여전히 높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번아웃(심리적 소진)을 느낀다는 교사는 53%로, 전년보다는 줄었지만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직장인보다 높았습니다. 소진은 교사가 학교를 떠나려는 마음과 꽤 강하게 이어져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교사에게 돌려받을 시간은 어디에 있나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 교원 국제 조사(TALIS)에서 한국 중학교 교사는 일반 행정업무에 한 주 6시간을 썼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조사 참여국 가운데 가장 깁니다.
같은 조사에서 OECD 평균으로 교사의 절반가량이 과도한 행정업무를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조사한 모든 요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국내 교원단체 설문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2023년 한 교원노조 설문에서 응답 교사의 90% 이상이 수업과 학생 지도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해법은 새 도구가 아니라 행정업무를 교육청 등으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영국 실험이 잰 것은 수업 준비였습니다. 한국 교육청들이 내놓는 AI 도구는 오히려 행정을 겨눕니다. 부산시교육청은 공문 초안과 가정통신문을 써 주는 AI 비서를 모든 학교에 열었고, 경북교육청은 학생부 점검 앱을 보급했습니다.
이 도구들이 교사의 시간을 실제로 몇 분 줄였는지 잰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한국 교사의 가장 큰 부담인 행정을 겨눈 도구의 효과 자료가 아직 부족한 셈입니다.
AI 디지털교과서 사례는 다른 방향의 신호를 줍니다. 2025년 여름 한 교원단체 실태조사에서 교사의 80%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단체는 이 교과서가 교원 업무를 오히려 늘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도구가 교사의 시간을 돌려주는지는 도구 자체만큼 도입 방식에도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낀 시간은 다시 채워지지 않을까요?
스웨덴과 호주의 교사 57명을 인터뷰한 셀윈(Neil Selwyn) 연구팀은 다른 장면을 보여 줍니다. 교사들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고치고, 때로는 아예 다시 쓰는 데 적지 않은 품을 들였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숨은 노동'이라고 불렀습니다. AI에 넣는 지시문(프롬프트)을 잘못 써서라기보다, AI가 교실의 맥락과 학생 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해석입니다. 연구팀은 업계와 정책 당국이 내세우는 '노동 절약'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고 제안합니다.
학생부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도 그 문장이 사실인지, 학생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넣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일은 교사 몫입니다. 아낀 15분의 일부는 이 확인에 다시 쓰입니다.
TALIS는 교사의 스트레스가 자원 부족보다 '지원 없는 잦은 변화'와 더 강하게 엮여 있다고 짚었습니다. 도구가 해마다 바뀌고 매번 새로 익혀야 한다면, 시간을 아끼려던 도구가 오히려 새로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증거의 한계
시간 수치 대부분은 교사의 자기 보고입니다. 무작위 실험은 영국 교사, 수업 준비, 10주라는 좁은 범위에서 나왔고, 에일라 실험의 비교 집단도 다른 AI 도구는 자유롭게 쓸 수 있었습니다. 한국 교육청 AI 비서의 효과는 독립적으로 평가된 적이 없고, 교원단체 설문은 스스로 응답한 교사들의 의견입니다. AI로 아낀 시간이 실제로 소진을 낮추는지 보여 준 연구는 이번 취재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답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증거는 AI가 교사의 시간을 일부 돌려준다는 쪽을 가리킵니다. 그 폭은 아직 작고, 일부 교사와 일부 일에 몰려 있습니다. '한 해 6주'라는 설문 수치보다 실험으로 잰 분 단위 측정이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서울의 그 교사가 아낀 시간이 학생 한 명을 더 들여다보는 데 쓰이려면, 무엇을 얼마나 줄였는지부터 재는 일이 먼저일 것입니다. 그 측정에는 AI가 새로 만든 확인과 수정의 시간도 함께 들어가는 편이 정확합니다.
원문·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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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연 (2025. 8. 10). [단독] 학생부 작성때 AI 허용…책임은 교사 몫. 다음 뉴스. https://v.daum.net/v/20250810174617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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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훈 (2025. 7. 28). 교사 10명 중 8명 "AIDT에 부정적…'교육자료'로 규정해야". 에듀프레스. https://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20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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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lwyn, N., Ljungqvist, M., & Sonesson, A. (2025). When the prompting stops: exploring teachers' work around the educational frailties of generative AI tools. Learning, Media and Technology, 50(3), 310–323. doi:10.1080/17439884.2025.2537959 (모나시대 연구 포털) https://research.monash.edu/en/publications/when-the-prompting-stops-exploring-teachers-work-around-the-edu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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