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나 ② — 같은 AI, 다른 배움
같은 AI로 공부해도 답을 맡기면 남는 것이 줄 수 있고, 설명을 청하면 이해가 늘 수 있습니다. 실험 증거와 철회된 메타분석, 수행평가 AI 지침으로 쓰임을 바꾸는 법을 짚습니다.
기획시리즈 「학생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나」 · 글 뉴스룸 부엉이 · 2026년 10월 19일 · AI(GrokBot)가 작성한 기획 기사 · 편집자 검토 후 발행
아래 도입 장면은 신동아 2026년 8월 1일 보도에 나온 실제 사례이며,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학생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성적 변화는 학생 본인의 말입니다.
경남 김해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은 학원에 다니지 않습니다. 유료 기출문제 앱을 쓰려다 무료인 ChatGPT를 과외 선생님처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본 문제와 심화 문제를 유형별로 내 달라고 해서 풀고, AI가 채점하면 틀린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다시 받아 풉니다. 학생은 이렇게 공부해 국어와 영어 성적이 1년 전보다 30점가량 올랐다고 말합니다.
같은 기사에는 다른 쓰임도 나옵니다. 인천의 한 중학생은 교사가 기준을 주지 않을 때 AI 답변을 복사해 붙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도구는 같습니다. 한 학생은 AI에게 문제를 내게 했고, 다른 학생은 답을 받았습니다. 이 차이가 배움을 바꿀까요?
AI와 함께 공부하면 무엇이 남나요?
가장 단순한 질문부터 봅니다. 제한 없이 AI와 함께 공부하면 시간이 지난 뒤 무엇이 남을까요.
브라질의 한 대학에서 바르카우이(Barcauí)가 진행한 무작위 실험은 학부생 12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학생들이 배운 주제는 인공지능이었습니다. 한 집단은 ChatGPT를 공부 도구로 썼고, 다른 집단은 AI 없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45일 뒤 예고 없이 치른 시험에서 ChatGPT 집단의 정답률은 57.5%, AI 없이 공부한 집단은 68.5%였습니다. 우연으로 보기 어렵고, 크기도 '중간'을 넘는 차이였습니다.
연구진은 AI가 덜어 준 노력이 바로 오래 남는 기억을 만드는 노력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처음 배울 때는 편했지만, 기억에 새기는 과정이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글쓰기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있습니다. 미국 MIT 미디어랩 연구진의 실험은 아직 심사 전 연구로, 참가자 54명을 AI로 에세이를 쓰는 집단, 검색엔진을 쓰는 집단, 아무 도구 없이 쓰는 집단으로 나눠 넉 달 동안 지켜봤습니다.
AI 집단은 자기 에세이를 '내 글'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세 집단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자기가 쓴 글의 문장을 정확히 떠올려 인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글을 AI에게 맡기면 글은 남아도 그 글을 쓴 경험은 덜 남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순서를 바꾼 마지막 회차의 결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도구 없이 쓰다가 AI를 쓰게 된 참가자는 기억을 떠올리는 정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AI로 쓰다가 도구 없이 쓰게 된 참가자는 글쓰기에 덜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AI라도 언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입니다.
같은 AI인데 왜 결과가 갈리나요?
두 실험은 학생이 AI를 어떻게 썼는지까지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답을 받는 쓰임과 설명을 듣는 쓰임이 한데 섞여 있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쓰는 방식을 나눠 본 연구도 있습니다. 앞선 기획에서도 다룬 레만(Lehmann) 연구팀의 실험은 아직 심사 전 연구로, 연습 문제 풀이를 AI에게 맡긴 학생은 다룬 주제는 늘었지만 주제마다의 이해는 줄었고, 설명을 청해 공부를 보완한 학생은 이해가 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앞의 쓰임을 '대체', 뒤의 쓰임을 '보완'이라고 부릅니다. 대체는 공부의 한 단계를 AI에게 넘기는 것이고, 보완은 스스로 하는 공부에 AI를 덧대는 것입니다. 도입의 김해 학생은 AI에게 문제를 내고 채점하게 했지만 푸는 일은 직접 했으니 보완에 가깝습니다.
1회에서 본 서울 중·고생 조사처럼, 한국 교실에도 두 갈래가 함께 있습니다. 수학 시간에 '답을 구해 달라'는 요청은 대체에, 개념과 원리를 찾아보는 요청은 보완에 가깝습니다. 같은 학생이 하루에도 두 쓰임을 오갈 수 있습니다.
AI 쪽을 설계해 보완을 끌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앞선 기획에서 소개한 하버드대 물리 강좌의 실험에서는, 단계별로 안내하고 정확한 풀이를 미리 넣어 둔 AI 튜터로 공부한 학생의 학습 향상(중앙값)이 강의실 능동 학습 수업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범용 챗봇을 제한 없이 쓴 브라질 실험과는 비교 대상이 달라 직접 견줄 수는 없지만, 결과의 방향은 달랐습니다. 둘 다 'AI로 공부했다'고 부를 수 있어도 AI가 맡은 일이 달랐습니다. 한쪽은 학생이 원하는 대로 쓰게 두었고, 다른 쪽은 학생이 한 단계씩 풀도록 안내했습니다.
'AI가 성적을 크게 올린다'는 연구는 어떻게 됐나요?
평균 효과를 묻는 연구는 이 차이를 지우기 쉽습니다. 대표 사례가 있습니다.
2025년 5월 학술지에 실린 왕(Wang)과 판(Fan)의 메타분석, 곧 여러 연구 결과를 모아 평균 효과를 계산하는 분석은 ChatGPT가 학생의 학습 성과를 크게 높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논문은 널리 읽히고 인용됐습니다.
학술지는 2026년 4월 22일 이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분석에서 불일치가 확인돼 결론의 타당성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철회 공지에 따르면 문제는 다른 연구자들이 처음 제기했고, 저자들은 철회와 관련한 연락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철회 전에도 의문은 있었습니다. 다른 연구진의 재분석은 아직 심사 전 연구로, 출판 편향을 보정하자 효과가 크게 줄고 이득의 증거가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은 효과가 나온 연구가 그렇지 않은 연구보다 더 쉽게 출판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일이 뜻하는 것은 'AI는 효과가 없다'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쓰임을 한데 모은 평균 숫자로는 'AI가 공부에 좋은가'에 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쓸 때'입니다.
교실에서는 쓰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요?
한국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25년 12월 23일 수행평가 AI 활용 관리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사가 AI 활용 범위와 쓰면 안 되는 부분을 정해 안내하고, 학생은 결과물에 AI 활용 범위와 내용, 출처를 적습니다.
AI가 만든 글이나 문제풀이 앱의 답을 그대로 내는 일은 대표적인 금지 사항입니다. 이 방안은 AI에 질문할 때 쓴 프롬프트와, AI 답변 가운데 채택한 부분을 이유와 함께 내게 하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교사는 학생이 AI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을 이어 가며 스스로 생각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대목이 대체와 보완을 가르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결과물만 보면 두 쓰임은 구별되지 않습니다. 무엇을 묻고 무엇을 골랐는지를 보면, 학생이 AI에게 생각을 맡겼는지 생각을 덧댔는지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학생 쪽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의 2026년 조사에서 ChatGPT 같은 도구로 글을 생성한다는 대학생은 56%로, 2025년 조사보다 줄었습니다.
보고서는 줄어든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과제마다 더 특화된 도구를 쓰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글 생성은 여전히 가장 흔한 쓰임입니다. 학생들이 대체에서 보완으로 옮겨 간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이 증거의 한계
브라질 실험은 한 대학, 한 주제에서 나왔고 학생이 ChatGPT를 어떻게 썼는지는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MIT와 레만 연구팀의 연구는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MIT 실험은 표본이 작고 순서를 바꾼 마지막 회차 참가자는 18명뿐이며, 뇌 손상 같은 결론을 내린 연구가 아닙니다. 레만 연구팀의 대체·보완 결과는 사전에 정한 분석이 아니라 탐색적 분석에서 나왔습니다. 하버드대 실험은 한 강좌의 짧은 수업에서, 연구진이 직접 설계한 튜터로 얻은 결과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실험은 모두 대학생이나 성인 대상이며, 한국 중·고생을 대상으로 쓰는 방식에 따른 학습 효과를 잰 실험은 이번 취재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김해 학생의 성적 변화도 본인의 말이며 검증된 결과가 아닙니다.
그래서 같은 AI로 어떻게 다르게 배우나요?
지금까지의 증거는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AI가 학생 대신 생각하면 당장 다루는 양은 늘어도 남는 것이 줄 수 있고, 학생이 생각하는 동안 AI가 곁에서 묻고 확인하면 배움이 남을 여지가 커집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도구의 이름보다 쓰는 순서와 질문에 가깝습니다. 먼저 스스로 풀고, 막힌 곳에서 설명을 청하고, 받은 답을 고르는 이유를 적는 것입니다. 김해의 학생이 AI에게 문제를 내게 한 것처럼, 같은 AI라도 무엇을 맡기느냐에 따라 다른 공부가 됩니다.
바로 해 볼 것
- 교사: AI를 쓰는 과제에는 '먼저 혼자 풀고, 막힌 곳만 설명을 청한다'는 순서를 정하고, 프롬프트와 채택 이유를 결과물과 함께 받습니다.
- 학교·교육청: 수행평가 AI 지침을 운영한 학교의 보완형 과제 사례를 모아 공유하고, 몇 주 뒤 다시 확인하는 평가로 효과를 봅니다.
- 에듀테크 기업: 답을 바로 주지 않고 단계별로 묻는 학습 모드를 기본값으로 두고, 효과는 몇 주 뒤의 기억까지 재는 독립 평가로 확인합니다.
원문·참고 자료
- Barcauí, A. (2025). ChatGPT as a cognitive crutch: Evidence from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n knowledge retention. Social Sciences & Humanities Open. doi:10.1016/j.ssaho.2025.102287 (스탠퍼드 SCALE 연구 저장소 요약) https://scale.stanford.edu/ai/repository/chatgpt-cognitive-crutch-evidence-randomized-controlled-trial-knowledge-retention
- Kosmyna, N., 외 (2025). Your Brain on ChatGPT: Accumulation of Cognitive Debt when Using an AI Assistant for Essay Writing Task. arXiv:2506.08872 (아직 심사 전 연구). https://arxiv.org/abs/2506.08872
- Lehmann, M., Cornelius, P. B., & Sting, F. J. (2025). AI Meets the Classroom: When Do Large Language Models Harm Learning? arXiv:2409.09047v2 (아직 심사 전 연구). https://arxiv.org/abs/2409.09047
- Kestin, G., Miller, K., Klales, A., Milbourne, T., & Ponti, G. (2025). AI tutoring outperforms in-class active learning: an RCT introducing a novel research-based design in an authentic educational setting. Scientific Reports, 1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97652-6
- 같은 논문 PMC 전문.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179260/
- Wang, J., & Fan, W. (2025. 5. 6). The effect of ChatGPT on students' learning performance, learning perception, and higher-order thinking: insights from a meta-analysis.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12 (2026. 4. 22 철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9-025-04787-y
-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2026. 4. 22). Retraction Not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9-026-07310-z
- Bartoš, F., Martinková, P., & Wagenmakers, E.-J. (2025. 5. 12). Adjusting for Publication Bias Reveals No Evidence for the Effect of ChatGPT on Students' Learning Performance, Learning Perception, and Higher-Order Thinking. PsyArXiv (아직 심사 전 연구). https://osf.io/preprints/psyarxiv/8vs32_v1
- 김송이 (2025. 12. 23). 중고교 수행평가 'AI 활용 지침' 나왔다.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32032025
- HEPI (2026. 3. 12). Student Generative AI Survey 2026. HEPI Report 199. https://www.hepi.ac.uk/reports/student-generative-ai-survey-2026/
- HEPI Report 199 보고서 PDF. https://www.hepi.ac.uk/wp-content/uploads/2026/03/HEPI-Report-199-Gen-AI-Survey-2026.pdf
- 이진수 (2026. 8. 1). [영상] "수행평가, AI에 물어보면 답 바로 나와요".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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