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빌교육, 25년 공교육 노하우 위에 '스쿨 AX' 도약하다]

교실 안에서 챗GPT를 켜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행정실에는 여전히 아래한글 양식이 가득 쌓여 있다. AI가 업무를 덜어줘야 교사가 학생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제품으로 만들

m-i.kr 보도 [테크빌교육, 25년 공교육 노하우 위에 '스쿨 AX' 도약하다]

교실 안에서 챗GPT를 켜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행정실에는 여전히 아래한글 양식이 가득 쌓여 있다. AI가 업무를 덜어줘야 교사가 학생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제품으로 만들고 있는 기업이 있다. 25년간 교원 연수 시장을 지켜온 테크빌교육이 '마이클(MyCl)'을 통해 학교 단위 인공지능 전환 '스쿨 AX'로 나아가고 있다.

교사 업무에 최적화된 AI, 마이클의 진화 경로

박기현 테크빌교육 에듀테크부문 대표는 "AI가 교사의 업무를 덜어 낼 때, 학생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했다. 또 하나의 범용 AI를 만들기보다, 교사가 이미 일하고 있는 학교 현장 안에서 AI가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테크빌교육의 생성형 AI 서비스 '마이클'은 처음부터 지금의 형태는 아니었다.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생성형 AI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멀티 LLM 서비스로 출발했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새로운 장벽에 부딪혔다. 교사들이 마주하는 업무는 단순한 질의응답이 아니었다. 평가 계획 수립, 행정문서 작성, 학생 상담, 학부모 소통까지 업무 범위가 넓고, 학교만의 문서 양식과 절차가 일반 기업 환경과 달랐던 것이다.

박 대표는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보면 아래한글 양식을 채워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며 "양식에 필요한 간단한 정보만 넣으면 AI가 내용을 채워주는 식으로 업무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늘어나면서 수업 설계까지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마이클은 교사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학교 업무의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범용 AI가 '질문에 답하는 도구'라면, 마이클은 '업무를 마치는 도구'를 지향한다.

특히 박 대표는 이미 AI를 잘 다루는 교사보다 새로운 기술에 어려움을 느끼는 교사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AI를 잘 쓰는 선생님들은 이미 앞서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며 테크빌교육은 오히려 AI를 안 쓰고 있는 분들이 첫발을 어떻게 넘을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에듀테크 도입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 즉 기술 낙관론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격차를 정확히 짚은 진단이다. 일부 얼리어답터의 성공 사례만으로 학교 전체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학교를 단위로 보는 시선, '스쿨 AX'의 등장

마이클의 다음 단계는 개별 교사의 효율화를 넘어 학교 전체로의 확산이다. 테크빌교육은 이를 '스쿨 AX(School AI Transformation)'라 부른다. 특정 교사 한 명이 AI를 잘 쓰는 것과 학교 조직이 AI를 체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작성한 문서가 다른 교사의 확인과 결재를 거치고, 학생·학부모 소통은 여러 업무 단계에 맞물려 있다. 개별 도구만으로는 이 흐름을 바꿀 수 없다.

테크빌교육은 학교별로 업무 프로세스를 직접 컨설팅하고, 각 학교의 양식과 기능에 맞춰 마이클을 구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량휴업일이나 교외 체험학습 신청 절차 같은 학부모의 단순 질의에 응하는 학교용 챗봇도 시험하고 있다. 사례가 쌓이면 학교별 업무 유형을 분류하고, 표준화된 템플릿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학교의 행정 단위가 제각기 다른 양식과 관행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히 노동 집약적인 접근이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의 배경에는 25년간 축적해온 교원 연수 인프라라는 경쟁력이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학생보다 선생님을 중심으로 25년 동안 사업을 해왔다"며 "AI 회사가 교육시장에 새롭게 들어온 것이 아니라 교육을 오래 해온 회사가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만난 것이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술 중심의 에듀테크 startup이 화려한 제품으로 시장을 흔들지만, 정작 학교 안으로 깊이 침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조적인 전략이다.

학생형 AI로의 확장, 그리고 교육을 둘러싼 새로운 질문

테크빌교육이 마이클을 교사형에서 학교형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학생형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교사도 AI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AI 활용을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질문에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학생들에게 AI를 가르쳐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논의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학생들은 이미 AI를 쓰고 있다. 이제는 어느 단계에서 어떤 순서로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컴퓨터 교육이 도구 사용법 중심이었다면, AI 교육은 그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에이전트로서 행동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다루느냐보다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하느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AI 리터러시(AI Literacy)에 대한 업계의 새로운 합의와도 맞닿아 있다. 단순 활용법에서 'AI와의 공존 태도'로 교육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사점: 에듀테크의 진짜 승부처는 '현장 침투력'

테크빌교육의 행보는 한국 에듀테크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첫째, 에듀테크의 경쟁력이 기술 우위보다 현장 이해도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AI 모델보다 학교 행정실의 아래한글 양식과 학부모 통신문 절차가 더 큰 진입 장벽이라는 현실은, 기술 중심 에듀테크 startup이 놓치기 쉬운 지점이다. 둘째, 학교는 개인이 아닌 조직이라는 점에서, 학교 단위 컨설팅과 표준화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서비스 확장의 성패를 가른다. 셋째, AI 시대를 맞아 교육의 본질이 다시 한번 질문받고 있다. 도구를 가르치는 교육에서 AI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향후 테크빌교육이 그리는 '교사형→학교형→학생형'의 확장 전략은 성공적인 에듀테크 사례가 갖춰야 할 단계적 침투 모델을 보여준다. 다만 학교별로 업무 프로세스를 직접 컨설팅하는 현재 방식이 어느 정도 규모에서 수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마이클이 학교마다 다른 양식을 흡수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남을 것인지, 표준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인지가 향후 1~2년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AI가 교사의 시간을 되돌려줄 때, 비로소 교육은 다시 사람 사이의 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신뢰를 제품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지금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