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육용 AI 윤리원칙' 개정안 공개…"사람다움과 기술다움의 조화" 모토로]

2022년 첫선을 보인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이 다시 한 번 개정 수순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18일 개최한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공개한 시안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다움(Humanity)'과 '기술다움(Techn

educhang.co.kr 보도 [교육부, '교육용 AI 윤리원칙' 개정안 공개…"사람다움과 기술다움의 조화" 모토로]

2022년 첫선을 보인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이 다시 한 번 개정 수순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18일 개최한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공개한 시안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다움(Humanity)'과 '기술다움(Technicity)'의 조화다. AI가 더 이상 교실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교육의 행위 자체를 규정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 위에, 기술을 '다스리는 윤리'가 아닌 '기술 자체의 윤리적 정체성'을 묻겠다는 구상이 눈에 띈다.

이번 개정안의 비전은 '사람다움과 기술다움의 조화를 추구하는 교육: AI를 활용한 전인교육의 실현'으로 설정됐다. 2022년 버전이 '인간다움과 미래다움의 공존'이라는 다소 추상적 프레임을 제시했다면, 이번 시안은 기술의 능동적 지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서울교대 변순용 교수가 개정안 초안 개발을 주도했으며, 강원대 박보람·부산대 김현수·한국교원대 한찬희·청주교대 이한진·이화여대 옥현진·경남대 황재훈·전주교대 정영식 교수와 현장 교사, 러닝스파크 윤성혜 이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번 개정안의 골격은 3대 핵심 가치와 9대 기본원칙, 9대 실천과제로 구성된다. 핵심 가치는 ▲교수·학습자의 주체성 ▲교육공동체의 공공선 ▲교육용 인공지능의 신뢰성이다. 기본원칙에는 '교사중심의 관리·감독'이 최상위에 놓였고, 교육용 AI의 공정성, 설명가능성과 안전성, 학습자 주도성 보조, 위험 관리, 교육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디지털과 전통적 접근의 균형, 도입과 활용 책임, AI 교육영향평가까지 망라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기술다움(Technic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다. 변순용 교수는 "전통적으로 기술은 인간관계에서 수단적·보조적·가치중립적 지위를 갖고 있었으나, 이제는 인간 행위의 성격이나 목적을 결정하는 능동적·규범적 지위로 변해갔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다움이 인간의 고유한 본질과 존엄, 휴머니티를 가리킨다면, 기술다움은 기술이 기술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본연의 성격—진정성, 고유기능, 윤리성—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정의했다. 즉, 기술이 가치중립적 도구라는 오래된 전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기술 자체에 내재한 윤리적 책임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다.

현장 토론에서도 '기술다움' 개념의 구체화가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주교대 이한진 교수와 한국교원대 한찬희 교수는 "기술다움의 취지와 개념이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다"는 입을 모았다. 단순히 윤리적 외피를 입히는 선언적 원칙에 그칠 경우, 향후 현장 적용에서 큰 혼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한진 교수는 시안에서 교육격차 해소 효과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 "AI가 교육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완화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뚜렷한 연구 결과도 찾지 못했다"며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AI 낙관론이 교육정책 문건에 무비판적으로 반영되는 흐름에 제동을 건 셈이다.

강원대 박보람 교수는 학생의 AI 활용에 대해 "단순히 활용 범위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활용 도구와 활용 과정, 출처와 수정 여부까지 함께 제시하도록 하면 학업윤리 기준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주교대 정영식 교수는 "교육분야 AI 윤리를 사용자 관점만이 아닌 개발자 관점으로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AI를 개발하는 내용이 정보교과와 실과에 포함됐고, 현장 교사들이 바이브코딩으로 수업 도구를 만들고 배포하는 상황이 이미 현실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AI 관리 업무가 교사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느낌이 있다"며 교사 업무 최소화를 위한 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천 왕산초의 고미선 교사는 현장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 제안을 던졌다. 학생들이 AI의 답변을 비판 없이 베끼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제 제출 시 AI 초안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고민·수정한 과정을 함께 적어내는 '수정이력제'를 실천 과제 지침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AI 시대에 절실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배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의의는 AI와 교육의 관계를 '인간 중심 도구 활용'의 프레임에서 '주체 간 상호규범'의 프레임으로 이동시켰다는 점이다. '교사중심 관리·감독' 원칙은 AI 도입 과정에서 교사가 단순 사용자가 아닌 의사결정의 주체임을 선언적으로 천명한 것이고, '교수자 AI 역량 강화'와 '학습자 주도적 AI 활용 역량 함양'을 별도 실천과제로 분리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과제가 적지 않다. '기술다움'이라는 핵심 개념의 정의가 학계와 현장에서 합의된 용어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며, 데이터 편향 완화와 교육영향평가 척도 개발 같은 실천과제는 실행 주체·재원·일정 없이 윤리 선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정책 문건이 아닌 시장 신호로 읽혀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AI를 판매하고 싶다면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 '교사 개입을 허용하는 시스템 설계',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 투명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된다. 특히 '교사중심 관리·감독' 원칙은 결국 교사에게 통제권과 가시성을 보장하는 AI 튜터·플랫폼이 살아남는 구조를 뜻한다. 교육부는 이번 간담회 의견을 반영해 연내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며, 향후 교육청과 시도교육청 단위의 실행 가이드라인과 직무 연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다움이라는 용어가 관용구로 소비될지, 교육 현장의 실제 작동 원칙으로 뿌리내릴지는 이번 겨울 이후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