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취약계층·농어촌 고교생 12만명에 유료 AI 계정 지원…'AI 온이음' 사업의 명암

교육부가 오는 9월부터 취약계층과 농어촌 지역 고등학생 12만명에게 유료 인공지능(AI) 서비스 계정을 제공한다. 이미 상당수 학생이 학원이나 가정에서 유료 AI 도구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적 여건과

supple.kr 보도 교육부, 취약계층·농어촌 고교생 12만명에 유료 AI 계정 지원…'AI 온이음' 사업의 명암

교육부가 오는 9월부터 취약계층과 농어촌 지역 고등학생 12만명에게 유료 인공지능(AI) 서비스 계정을 제공한다. 이미 상당수 학생이 학원이나 가정에서 유료 AI 도구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적 여건과 거주 지역에 따라 발생하는 이른바 'AI 학습 격차'를 공교육 차원에서 완충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추진하는 '2026년 인공지능 온이음 사업'은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된 신규 사업으로, 단순한 도구 보급을 넘어 AI 윤리 교육과 활용 교육, 사후 리터러시 측정까지 포함한 패키지형 지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업의 구조는 두 개의 유형으로 나뉜다. 교육급여 수급자이거나 시도교육청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인 취약계층 고등학생이 '유형1'로 우선 선정된다. 각 학교가 대상 학생 수요를 취합해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한국장학재단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유형2'는 읍·면 지역 농어촌 소재 고등학교로, 이 경우 선정된 학교의 전교생에게 AI 서비스와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개별 학생 단위 지원과 학교 단위 지원을 병행해 낙인 효과를 줄이려는 설계로 읽힌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청소년 사용에 적합하도록 비속어 필터링 등을 적용한 멀티 엘엘엠(LLM) 방식이다.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챗지피티, 제미나이 등 여러 대규모 언어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는 구조로, 특정 기업 종속성을 낮추고 학생이 목적에 맞게 모델을 선택하도록 했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9월 셋째 주 계정이 발급되며, 이용 전 AI 윤리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후 생성형 AI 사용법과 프롬프트 작성법 등 활용 교육이 단계적으로 제공되고, 학기 종료 후에는 학생별 활용 보고서 제출과 함께 사업 참여 전·중·후의 AI 리터러시 변화를 측정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AI 서비스로 인해 학업과 AI 역량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단계부터 지원해야 한다"며 "모든 학생이 AI 시대 속에서 살아갈 힘을 키우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핵심 쟁점은 '격차 완화'라는 목표와 '구독형 서비스 지원'이라는 수단 사이의 정합성이다. 유료 AI 계정은 분명 즉각적인 접근성 개선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계정 지원이 끝난 뒤 학생이 스스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격차는 다시 벌어진다. 일회성 예산 사업이 반복적 구독 비용 구조와 맞물릴 때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특정 상용 모델을 골라 쓰는 멀티 LLM 방식은 편의성은 높지만, 교육과정과의 연계 없이 도구만 지급될 경우 단순 검색·요약 수준의 활용에 머물 위험도 있다. 교육부가 윤리 교육 이수와 활용 보고서, 리터러시 측정을 의무화한 것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장치로 해석된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짚을 지점이 있다. AI 리터러시 변화를 사전·중간·사후로 측정한다는 계획은 국내 공교육 AI 정책에서 드물게 시도되는 정량 평가다. 다만 무엇을 'AI 리터러시'로 규정할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측정 결과의 정책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단순 사용 빈도나 만족도 조사를 넘어 비판적 검증, 프롬프트 설계, 결과물의 윤리적 판단 같은 역량을 어떻게 지표화할지가 관건이다. 농어촌 학교 전교생 지원 역시 학교 규모와 교원의 AI 역량에 따라 효과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어, 교사 대상 연수와 수업 설계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계정만 있는 학교'가 양산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에듀테크 업계에 이 사업이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공교육이 유료 AI 서비스의 대규모 수요자가 되는 첫 본격 사례라는 점에서 B2G(정부 대상 거래)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다. 둘째, 단일 모델이 아닌 멀티 LLM 방식이 채택되면서 특정 기업의 독점적 지위보다 서비스 품질과 안전성, 교육 적합성이 경쟁 기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셋째, 윤리 교육과 리터러시 측정이 사업의 필수 구성요소가 되면서 콘텐츠·평가 솔루션 기업의 참여 여지가 넓어졌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12만명 규모의 시범 사업이 내년 이후 상시 사업으로 전환될지, 그리고 측정된 리터러시 데이터가 실제 교육과정 개편과 교원 연수 체계에 어떻게 환류될지다. 계정 보급을 넘어 학습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이 사업의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