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120억 실험, AI 교육거점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전국에서 매년 수십 곳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학령인구 감소는 가속화되고 있고, 폐교는 이제 지방 소도시의 흔한 풍경이 됐다. 그런데 이 비어가는 공간에 인공지능(AI) 교육시설과 생태치유정원, 복합문화공간을 심는

dailian.co.kr 보도 [폐교 120억 실험, AI 교육거점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전국에서 매년 수십 곳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학령인구 감소는 가속화되고 있고, 폐교는 이제 지방 소도시의 흔한 풍경이 됐다. 그런데 이 비어가는 공간에 인공지능(AI) 교육시설과 생태치유정원, 복합문화공간을 심는 실험이 시작됐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7개 사업에 12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폐교는 '방치된 유휴재산'에서 '지역 성장 자산'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두 부처는 최근 '폐교를 활용한 지방정부-교육청 공동 협력 지원사업' 공모에서 7건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는 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폐교를 지역의 교육·문화·산업 거점으로 되살리기 위해 두 부처가 처음으로 공동 추진한 사업이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확장성을 서류·발표 심사로 평가했다. 선정된 곳은 전남 영암 도포초 수산분교, 충북 괴산 칠성초, 경북 영천 화산중, 전남 여수 나진초 용창분교, 전남 나주 문평남초, 충남 예산 대률초·장신초, 경기 파주 신산초 영장분교 등 7곳이다.

사업 내용을 보면 활용 방식이 뚜렷하게 갈린다. 지방정부 소유 폐교 2곳은 행안부가, 교육청 소유 폐교 5곳은 교육부가 각각 특별교부세와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한다. 영암 도포초 수산분교에는 황토 체험공간과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이 들어선다. 괴산 칠성초는 AI·디지털 기반 교육시설과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창의 캠퍼스로 조성된다. 영천 화산중은 생태치유정원과 이주배경학생 교육을 결합한 교육센터로 바뀐다. 여수 나진초 용창분교에는 어린이 실내놀이터와 파크골프장이, 나주 문평남초에는 ESG 교육센터와 휴식공간·에코캠핑장이 마련된다. 예산 대률초·장신초에는 폐교 기록 AI 클라우드와 체험공간이, 파주 신산초 영장분교에는 생태체험교육센터와 복합 문화·교육 공간이 조성된다.

주목할 지점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시설 리모델링이 아니라 '지역 정주 여건'과 '교육 격차 해소'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이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함께 폐교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발굴하고, 지역의 교육과 정주 여건을 높이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도 "폐교라는 공간을 단순한 유휴재산으로 보지 않고, 지역의 미래 성장 자산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두 부처는 사업별 전문가 상담과 홍보를 병행하고, 우수 사례를 전국에 확산할 계획이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점에서 이번 사업은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AI 교육 인프라가 대도시 학교를 넘어 폐교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 괴산 칠성초의 AI·디지털 기반 창의 캠퍼스나 예산 대률초·장신초의 폐교 기록 AI 클라우드는 단순 체험형 콘텐츠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교육 서비스가 지방 소규모 거점에 이식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둘째, 폐교 활용 사업이 교육·복지·문화·환경을 아우르는 복합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생태치유정원, ESG 교육센터, 이주배경학생 교육 등은 기존의 단순 임대·체험시설 활용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셋째,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공동 기획·공동 재원 구조는 향후 유사 사업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7개 사업에 120억원은 사업당 평균 약 17억원 수준으로, AI 교육시설과 생태정원, 복합문화공간을 모두 갖추기에는 넉넉지 않다. 초기 조성 이후 운영 주체와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폐교 활용 사업이 일회성 인프라 구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역 교육과정과의 연계, 교원 역량 강화,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업 모델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가 계속되는 한 폐교는 늘어난다. 120억원의 실험이 '전시성 사업'에 그칠지, 지방 교육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는 앞으로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