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코의 ‘토미 서사’가 던진 질문: 교육은 왜 모두에게 같은 목표를 강요하는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자기계발 저술가인 댄 코(Dan Koe)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짧은 글 하나가 교육 담론에 작지 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토미(Tommy)’라는 가상의 인물을

[다니엘 코의 ‘토미 서사’가 던진 질문: 교육은 왜 모두에게 같은 목표를 강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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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om 보도 | 2 days ago [다니엘 코의 ‘토미 서사’가 던진 질문: 교육은 왜 모두에게 같은 목표를 강요하는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자기계발 저술가인 댄 코(Dan Koe)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짧은 글 하나가 교육 담론에 작지 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토미(Tommy)’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거의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삶의 목표를 압축적으로 묘사했다. 학교에 가고, 교육을 받고, 괜찮은 직장을 얻어 마침내 좋은 아파트를 장만하고, 짝을 유혹할 만큼의 물질적 상징을 갖추는 것. 문제는 이 목표가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설계한 ‘기본값(default)’에 가깝다는 점이다. 에듀테크 업계가 지금 이 서사를 진지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댄 코가 제시한 ‘토미’의 경로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세기 산업화 이후 대중교육이 정착하면서 학교는 개인의 잠재력을 발현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산업 인력과 소비 시민을 길러내는 표준화 장치로 기능해왔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는 순환 구조는 세대를 거쳐 자연스러운 삶의 문법처럼 내면화됐다. 댄 코는 이 순환을 ‘목표’가 아니라 ‘각본’으로 규정한다. 각본대로 살면 실패할 확률은 낮지만, 그 삶이 자신의 것인지 묻는 질문은 끝내 유예된다는 것이다.

주목할 지점은 이런 문제의식이 더 이상 자기계발서나 철학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의 확산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으로 밀어냈다. 지식 습득 자체의 희소성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따라 쌓은 스펙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반대로 문제를 정의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구성하고, 타인과 협업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의 가치는 상승했다. 댄 코의 글이 단순한 세대론을 넘어 교육 담론으로 소환되는 배경이다.

한국의 상황은 이 흐름을 더 첨예하게 보여준다. 사교육비 총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사교육 참여율은 이미 80%에 육박한다. 학생들은 ‘왜’보다 ‘어떻게’를 먼저 배운다. 어떻게 점수를 올릴지, 어떻게 생기부를 채울지, 어떻게 남들보다 반 발짝 앞설지를 고민하는 동안 정작 자신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는 뒤로 밀린다. 에듀테크 기업들이 내놓는 개인화 학습 솔루션 상당수도 이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취약점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목표 점수에 도달하게 만드는 최적화 알고리즘은 ‘토미의 각본’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도구에 가깝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표준화된 경로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으며, 특히 경제적 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으로 이어지는 교육 경로는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사다리다. 문제는 이 경로가 유일한 정답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댄 코의 글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 말라’는 주장이 아니라, 그 추구가 자기 검토 없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질 때 개인의 시간과 잠재력이 조용히 소진된다는 경고에 있다. 교육의 목적을 ‘취업 준비’로 축소하는 순간, 학습은 평생 지속되는 탐구가 아니라 통과해야 할 관문 목록으로 전락한다.

에듀테크 업계가 이 지점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가 만드는 도구가 학습자의 ‘각본 수행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고 있는지, 아니면 학습자가 자기 각본을 스스로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다. 후자의 방향은 기술적으로도 훨씬 까다롭다.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질문을 생성하는 능력을 평가해야 하고, 정해진 진도보다 학습자의 관심 궤적을 추적해야 하며, 성취를 점수로 환산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측정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최근 몇몇 기업이 시도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플랫폼, 진로 탐색형 AI 코치, 창작물 포트폴리오 평가 도구 등은 이 방향의 실험이라 할 만하다. 다만 이들이 시장에서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다시 점수 최적화 기능으로 회귀하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댄 코의 ‘토미’는 한 개인의 우화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과 시장이 함께 만들어낸 집단적 초상이다. 에듀테크가 진정한 의미의 개인화를 말하려면, 개인의 학습 속도를 개인화하는 단계를 넘어 개인의 목적 자체를 개인화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수익 모델로 지속 가능한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전제를 의심하는 것에서 다음 단계의 교육 혁신이 시작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