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 2027학년도 AI 중심 학사구조 전면 개편…'피지컬 AI'까지 품는다]

AI가 산업 전반의 범용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대학 교육의 지형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공 지식만으로는 미래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대학들이 AI를 모든 전공의 공통 기반으로 삼는 학사구조

ngonews.kr 보도 | 4 days ago [한성대, 2027학년도 AI 중심 학사구조 전면 개편…'피지컬 AI'까지 품는다]

AI가 산업 전반의 범용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대학 교육의 지형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공 지식만으로는 미래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대학들이 AI를 모든 전공의 공통 기반으로 삼는 학사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성대학교가 2027학년도부터 디자인대학과 창의융합대학을 각각 AI디자인대학, AI융합대학으로 바꾸고 AI기계로봇공학과를 신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AI 관련 학과를 하나 더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대학 전체의 교육 체계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성대는 이번 개편의 핵심을 '경계 허물기'로 잡았다. 기존 디자인대학을 AI디자인대학으로 개편해 AI와 디자인의 융합을 강화하고, 창의융합대학은 AI융합대학으로 전환해 AI·보안·모빌리티·로봇 등 미래 기술 분야를 연계한 융합교육을 확대한다. 기존 AI응용학과와 융합보안학과 등도 AI융합대학 체계 안에서 운영하며 전교적 AI융합교육의 핵심 축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2027학년도 신설되는 AI기계로봇공학과는 AI 소프트웨어에 머무르지 않고 기계·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과 AI를 결합하는 '피지컬 AI' 분야를 교육의 주요 기둥으로 삼는다. AI가 현실 세계의 기계와 로봇을 인식·판단하고 실제 움직임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성대가 이미 운영해 온 전공트랙제와 AI 융합교육을 맞물려 돌린다는 점이다. 한성대는 동일 학부 내에서 학생들이 2학년 진학 시 전공 또는 트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전공트랙제를 운영하고 있다. 학과 단위로 진입을 고정하지 않고, 입학 후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여기에 AI 역량을 모든 트랙에 얹으면, 학생들은 전공별 전문성과 AI 활용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이른바 'T자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게 된다. 박종언 한성대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AI 역량을 더해 미래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강화했다"며 "다양한 분야의 융합교육을 확대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성대의 행보는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 진행 중인 'AI 전면화'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많은 대학이 AI 관련 단과대학이나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기존 인문·사회·예체능 계열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반면 한성대는 디자인과 로봇이라는, 얼핏 AI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역을 전면에 세웠다. 디자인은 생성형 AI가 가장 빠르게 침투한 분야 중 하나이고, 로봇은 AI가 물리적 세계로 확장하는 대표적 접점이다. 두 분야 모두 AI 시대에 오히려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피지컬 AI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와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는 분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관련 인력 양성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대학이 산업계와의 협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학사구조 개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 융합교육은 교수진의 역량과 교육 과정 설계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전공 교수와 AI 전공 교수가 함께 커리큘럼을 짜고, 학생 개개인의 트랙 선택에 따라 이수 체계가 달라지는 구조는 운영 난이도가 높다. 2027학년도 시행까지 남은 준비 기간 동안 교원 확보와 교육 인프라 구축, 산학 협력 모델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간판만 바꾼 개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설 학과의 경우 첫 신입생을 맞기까지 교육 과정의 완성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한성대의 이번 결정은 에듀테크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리터러시 교육이 특정 학과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학 전체의 공통 기반으로 자리 잡는 흐름은, AI 교육 콘텐츠와 학습관리 도구, 실습 플랫폼 수요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 단순한 코딩 교육이나 AI 개론 강의를 넘어, 전공별 맥락에 맞춘 맞춤형 AI 학습 도구와 피지컬 AI 실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에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다. 대학이 학사구조를 바꾸는 속도만큼이나, 그 안을 채울 교육 기술과 콘텐츠의 경쟁력이 대학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2027학년도라는 시점은 한성대뿐 아니라 한국 대학가 전체의 AI 전환 성적표가 매겨지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