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능 시대에 역설…미국 로스쿨이 'AI 치우기'를 외치는 이유]
미국 주요 로스쿨들이 신입생들에게 생성형 AI 사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SNS를 통해 "로스쿨이 학생들에게 AI를 치우라고 말한다"는 오피니언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논쟁이 다시
x.com 보도 | 5 days ago [AI 만능 시대에 역설…미국 로스쿨이 'AI 치우기'를 외치는 이유]
미국 주요 로스쿨들이 신입생들에게 생성형 AI 사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SNS를 통해 "로스쿨이 학생들에게 AI를 치우라고 말한다"는 오피니언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챗GPT와 같은 도구가 법률 문서 작성과 판례 검색을 순식간에 처리하는 시대에, 정작 법조인을 길러내는 교육 현장이 가장 먼저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왜 하필 법학인가.
로스쿨의 우려는 단순한 기술 공포가 아니다. 법률 교육의 핵심은 '생각하는 방식'을 체화하는 데 있다. 판례를 읽고, 쟁점을 추출하고, 반대 논리를 세우고, 문장으로 설득하는 훈련이 곧 법조인의 기본기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이 과정을 통째로 건너뛸 수 있게 해준다. 학생이 스스로 고민해야 할 지점을 AI가 먼저 채워버리면, 결과물은 그럴듯하지만 실력은 남지 않는다. 미국 로스쿨들이 AI를 '표절 도구'로 규정하고 시험과 과제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이 맥락이다. 변호사시험과 법학 논문에서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쓰는 사례가 늘면서, 평가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현상이 법학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의대는 임상 추론, 공대는 설계 사고, 인문학은 비판적 독해를 각각 AI에 위임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대학이 AI 활용을 조건부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로스쿨의 강경한 태도는 교육의 목적 자체를 다시 묻는 신호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AI를 쓰느냐 마느냐"보다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을 인간이 책임질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앞으로의 교육 과제라고 지적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AI 활용 능력이 신입 변호사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결국 로스쿨의 'AI 치우기'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체력을 다진 뒤 도구를 다루게 하려는 순서 조정에 가깝다.
이 사안이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교육 도구의 성패는 기능의 화려함이 아니라 '학습자의 사고 과정을 얼마나 보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답을 대신 내놓는 AI는 환영받기 어렵지만,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질문을 던지고 근거를 요구하는 AI는 살아남는다. 이미 일부 에듀테크 기업은 답을 주지 않고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유도하는 튜터형 AI로 방향을 틀고 있다. 로스쿨의 경고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요구를 미리 읽은 신호탄이다. AI가 모든 답을 아는 시대일수록, 교육의 가치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힘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