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학생 3분의 2가 주 1회 이상 AI로 학습한다, 그러나 AI를 쓰지 않는 학생들이 과학 점수 20점 더 높았다
PISA 2025 결과가 지난 9월 8일 공개되면서, 전 세계 교육계가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싱가포르 15세 학생의 3분의 2가 매주 적어도 한 번 이상 AI 챗봇을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Straits Times 보도 | 2 days ago 싱가포르 학생 3분의 2가 주 1회 이상 AI로 학습한다, 그러나 AI를 쓰지 않는 학생들이 과학 점수 20점 더 높았다
PISA 2025 결과가 지난 9월 8일 공개되면서, 전 세계 교육계가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싱가포르 15세 학생의 3분의 2가 매주 적어도 한 번 이상 AI 챗봇을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OECD 국가 평균인 46%를 훨씬 웃돈다. 그러나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됐다. AI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과학 영역에서 평균 20점 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AI가 학습을 돕는 도구인지, 아니면 사고를 대신해 주는 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PISA 2025는 사상 처음 AI 활용 현황을 공식 평가 항목으로 포함했다. 총 91개국·경제권이 참여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157개 학교에서 6,55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이 진행됐다. 그 결과, 싱가포르 학생의 41~46%가 새로운 주제를 조사하고, 텍스트를 요약하며, 과제용 글의 초안을 작성하는 데 AI를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학교 과제에서 AI를 거의 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학생은 단 4%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학습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시간보다 길었다. 동시에 학교 내에서 여가용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도 하루 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1시간에 근접했다.
더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디지털 기기로 인한 수업 중 산만함이다. 싱가포르 학생의 29%가 과학 수업 대부분 또는 전체 시간 동안 또래가 디지털 기기에 산만해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OECD 평균인 28%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것처럼, 싱가포르 학교의 휴대폰 금지 정책 도입 비율도 2022년 16%에서 2025년 43%로 급격히 증가했다. OECD 평균 기준으로 학교 구내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디지털 산만함을 보고할 확률이 약 13% 낮았다.
그러나 PISA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AI 사용과 학업 성적 간의 관계에 대한 복합적 분석이다. OECD 국가 평균으로 AI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과학 영역에서 약 20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약 1년 학교 교육을 앞선 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상당한 격차다. OECD 교육 및 스킬 디렉터 안드레아스 슈라이커는 이 현상에 대해 "AI는 과제 수행과 학습을 분리해, 학생들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도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다만 이 격차가 AI 자체의 효과뿐 아니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AI에 더 의존할 가능성 등 다른 요인에 기인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병기했다.
하지만 PISA는 이 데이터를 단순히 "AI가 해롭다"는 결론으로 환원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구체적 과제에서 AI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들보다 성적이 높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반 학습 목적으로 매주 AI를 활용하는 학생들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과 유사한 성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AI 활용이 항상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활용 패턴과 맥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동시에 일반적인 학습 목적의 AI 활용에서조차 AI를 아예 쓰지 않는 학생 대비 점수 우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AI는 학습을 가속하기보다 과제 완성에 더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가족 지원 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변화가 관측됐다. 싱가포르에서 학생들이 보고한 부모의 관심과 지원 수준은 OECD 평균을 상당폭 밑돌며, 최근 몇 년 사이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부모 개입은 교육 성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 추세에 경고음을 냈다.
이번 PISA 결과는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AI 활용이 학습 효과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AI는 검색·요약·초안 작성 같은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이 직접 사고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면 학습 자체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에듀테크 기업이 "AI 튜터", "AI 학습 도우미"를 앞세우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거나 글쓰기를 대신해주는 방식이 아닌,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설계가 필수임을 보여준다. 둘째, 휴대폰 금지 정책이나 디지털 집중 관리 같은 학교 단위 개입이 실제로 수업 중 산만함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한국의 학교 현장에서도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함께 기기 사용 규범을 어떻게 정립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OECD 슈라이커의 표현처럼 "과제 수행과 학습의 분리"라는 프레임은 AI 시대 교육의 핵심 과제를 정확히 짚는다. 한국은 이미 디지털 교육 선도 국가로 평가받지만, PISA 결과가 시사하듯 AI의 활용 빈도 자체가 곧 학습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에듀테크 업계와 교육 당국은 AI를 "사고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닌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만드는 설계 철학과 교수 학습 전략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PISA 2025는 AI와 교육의 관계가 단순한 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 학습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교육 현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