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교육, 가르치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의 불협화음…현장은 어디로 가고 있나

학생들은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어 한다. 교사들은 AI 윤리와 프로젝트형 수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AI의 기본 개념과 윤리교육을 원한다.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edpl.co.kr 보도 | 13 hours ago [단독] AI 교육, 가르치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의 불협화음…현장은 어디로 가고 있나

학생들은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어 한다. 교사들은 AI 윤리와 프로젝트형 수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AI의 기본 개념과 윤리교육을 원한다.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역량을 꼽는다. 학교 AI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정작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네 주체 모두 달랐다. 전용주 국립경국대 교수와 박다솜 수도여자고 교사 연구팀이 교사 686명, 학생 2444명, 학부모 414명,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이런 인식의 지형도를 처음으로 정밀하게 그려냈다. 연구 결과는 컴퓨터교육학회 논문지 9월호에 게재됐다.

학생 90.3%, 교사 94.9%, 학부모 88.6%가 학교 AI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수요는 압도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현재 학교 AI 교육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각각 35.3%에 그쳤고, 교사는 17.9%만 충분하다고 답해 현장과 교육 주체 간 인식차가 뚜렷했다. 특히 학생들의 생성형 AI 이용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93.8%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69.5%가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12.8%는 하루 5회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사용 목적은 모르는 것 질문하기(33.9%), 과제 도움(26.0%), 이미지·영상 제작(17.2%) 순이었다.

배우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도 인식 차이는 분명했다. 학생은 알고리즘·프로그래밍(20.7%), 데이터 리터러시(17.8%), AI 개념·원리(15.8%)를 선호했다. 반면 교사는 AI 윤리(19.5%), 교과 융합 AI 프로젝트(16.8%), 데이터·AI 기반 프로젝트(16.4%)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학부모는 AI 개념·원리(18.7%)와 AI 윤리(17.9%)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흥미로운 지점은 교사와 학부모가 거의 같은 비중으로 윤리를 들었다는 점이다. 반면 학생들은 가장 기술적인 영역을 원했다. 이 격차는 단순한 선호 차이가 아니라, 학교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이 주목한 또 다른 축은 교사 현장의 어려움이었다. AI 교육의 장애 요인으로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기준의 부재(24.7%)가 가장 높았고, 과도한 업무와 행정 부담(22.1%)이 그 뒤를 이었다. 수업 시수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56.5%에 달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AI 관련 내용이 포함되긴 했지만, 교육과정 개발 시점이 생성형 AI의 본격 등장 이전이었기에 최근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교사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윤리 교육 콘텐츠가 아니라, 가르칠 수 있는 시간과 명확한 성취기준, 그리고 행정 부담의 경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에서 가장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16명 전원이 학교 AI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핵심 역량으로 AI 기초 개념과 알고리즘 원리, 데이터 리터러시, 비판적 검증 능력, 문제 구조화와 의사소통 능력을 제시했다. 단순 사용법을 넘어 피지컬 AI 구현, 에이전틱 AI 설계, 실생활 문제 해결, AI 결과의 비판적 검증과 윤리적 평가 등을 경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 검토에서 정보 교과 중심 편성에 93.3%가 동의한 것은, AI 교육이 분산된 시수와 비정규 교과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업계의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해외 사례도 시사점을 줬다. 조사 대상 10개국 모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AI 교육을 시작하고 있었고, 8개국은 국가 수준의 지침이나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8개국이 AI를 단순 도구로 활용하는 'AI 활용 교육'이 아니라 개념·원리·데이터·알고리즘·윤리를 배우는 'AI에 관한 교육'에 교육과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0개국 모두 생성형 AI 관련 교육을 시작했고, 사용보다 원리 이해와 비판적 적용을 중시했다. 학부모 절반가량(52.4%)이 초등학교 4~6학년이 적절한 시작 시기라고 답한 것도 이런 글로벌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단기적으로 초등 실과의 AI 교육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초등 정보 교과를 독립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학교에서는 1~3학년에 걸쳐 AI 교육을 단계적으로 편성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정보 과목 선택 기회와 함께 '생성형 AI와 디지털 리터러시', 'AI 윤리와 사회', '피지컬 AI', 'AI 융합 프로젝트' 등의 선택과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학생에게는 기술적 기초가, 교사에게는 교육과정과 수업 여건이, 학부모에게는 윤리와 안전에 대한 신뢰가 각각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세 주체가 원하는 교육의 균형을 잡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사점] 이번 연구가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생성형 AI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이 됐고, 학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93.8%의 사용 경험률은 어떤 정책적 선택보다 빠르게 학습 환경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이 격차를 노릴 수 있다. 학교가 검증된 AI 리터러시 콘텐츠, 교사용 가이드, 학생용 튜터링 도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단순 사용법을 넘어 원리와 윤리를 결합한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공식화된다는 점이다. 학생은 기술을 원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는 개념과 윤리를 원한다. 이 둘을 결합한 융합형 제품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글로벌 트렌드는 에듀테크의 시장 저변이 K-12 전 학년으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특히 초등 정보 교과의 독립 편성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교재와 플랫폼 시장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 다만 가장 본질적인 도전은 정책과 현장에 있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콘텐츠 부족이 아니라 시간과 행정 부담이다. 에듀테크가 아무리 좋은 도구를 만들어도, 학교 시스템이 받아들일 여건을 갖출 때 비로소 교육이 된다. 기술과 제도, 현장의 삼각 균형이 갖춰질 때, 비로소 학교 AI 교육은 도구를 넘어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