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pl.co.kr 보도 | 1 day ago

AI 교실, 이제 '쓸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검증하게 할까' — PISA 2025가 던진 한국 에듀테크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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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실, 이제 '쓸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검증하게 할까' — PISA 2025가 던진 한국 에듀테크의 화두

한국 학생 2명 중 1명이 매주 AI 챗봇을 학습에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논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문제는 AI를 쓰는 동안 학생의 사고력이 살아 있느냐, 그리고 AI가 내놓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검증하는 능력을 갖췄느냐다. OECD가 8일 발표한 PISA 2025 결과는 한국 학생들의 높은 디지털 활용률이라는 표면적 성과 뒤에 숨은 새로운 교육격차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PISA 2025 결과 제1권: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 중 AI 챗봇을 주 1회 이상 학습 보조 도구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7%에 달했다. 이는 OECD 평균(45.5%)을 웃도는 수치로, 국내 청소년 사이에 생성형 AI가 이미 특별한 기술이 아닌 일상적인 학습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특히 학교 수업에서 AI가 생성한 정보의 품질을 평가해 본 경험이 있다는 학생 비율도 한국이 66.5%로 OECD 평균(62.6%)보다 높았으며, 학교의 디지털 교수·학습 준비도 지수 역시 한국이 0.35로 평균(-0.03)을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에서 주목할 점은 AI 사용 빈도와 학업성취도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정비례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OECD 전체 분석 결과, 특정 학교 과제(글 요약, 사전 조사, 글쓰기 초안 작성 등)에 AI를 활용한 학생들이 오히려 활용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과학 성취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AI를 막연히 '학습 보조 용도'로 주간 단위로 사용하는 학생들은 비사용자와 유사한 성취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PISA가 관찰 연구라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AI를 쓰는 학생과 쓰지 않는 학생의 원래 학업 수준이나 가정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 데이터만으로 'AI 사용이 성적을 떨어뜨린다'는 인과적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책적으로 더 의미 있는 발견은 따로 있다. OECD는 AI를 학습에 자주 사용하면서도 학교에서 AI 생성 정보의 품질을 평가하는 비판적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과학 성취도가 약간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AI를 쓰는 것' 자체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학업 성취와 정적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적 AI 활용 교육이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계층의 학생에게 더 많이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새로운 형태의 교육격차가 단순히 'AI를 접하는 학생과 못 접하는 학생' 사이가 아니라, 'AI의 답변을 검증하는 법을 배운 학생과 그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학생'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교실의 디지털 환경에 대한 긍정적 신호도 포착됐다. OECD 평균에서는 학생 28%가 과학 수업 중 주변 친구들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산만함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한국은 이 비율이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것을 휴대전화 전면 금지 정책의 효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학교 전체 차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고 응답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한국이 34.1%로 OECD 평균(49.5%)보다 오히려 낮았고, 교과별 디지털기기 사용 지침을 보유한 학교의 학생 비율도 한국(60.1%)이 OECD 평균(71.2%)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한국 학생들의 낮은 디지털 산만함이 외부 규제 덕분이라기보다, 수업 문화나 학생들의 자기조절 능력 같은 다른 요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한국 교육계와 에듀테크 업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명확해진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AI는 발판(scaffold)이지 목발(crutch)이 되어서는 안 되며, 생각을 위한 도구이지 생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학생이 스스로 고민하는 '생산적인 인지적 노력'을 기술이 도와주면 학습이 강화되지만, 기술이 그 사고 과정을 온전히 대체하면 오히려 학습이 약화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한다면, AI 사용을 허용하는 수행평가에서는 학생이 AI에 질문하기 전 자신의 사전 생각을 먼저 기술하도록 하고, AI를 활용한 부분과 핵심 프롬프트를 명시하게 하며, AI가 제시한 주요 사실을 다른 출처와 교차 검증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최종 결론은 반드시 학생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게 하는 식이다. 반대로 모든 평가에서 AI를 허용할 필요는 없다. 일부 핵심 평가는 교실 안에서 디지털 도구 없이 직접 읽고 쓰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AI가 없어도 온전히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이번 PISA 2025 결과가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의 화두가 'AI 기능 탑재 여부'나 '사용자 편의성'에서 '인지적 발판으로서의 설계 철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학생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생성해 주는 도구는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대신 학생이 스스로 사고할 시간을 확보하고, AI의 답변에 의문을 제기하며,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인터랙션 설계가 필요하다. AI 활용 능력과 AI 없이도 생각하는 능력을 동시에 길러주는 에듀테크 솔루션이야말로 포스트 PISA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