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PISA 2025에서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그러나 독해력 하락에 경종

에스토니아는 OECD의 최신 PISA 2025 결과에서 세계 10위권 교육시스템으로 이름을 올렸다. 과학·수학·읽기 세 영역 모두에서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자국내에서는 15세 학생들의 읽기

Estonian World 보도 | 4 hours ago 에스토니아, PISA 2025에서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그러나 독해력 하락에 경종

에스토니아는 OECD의 최신 PISA 2025 결과에서 세계 10위권 교육시스템으로 이름을 올렸다. 과학·수학·읽기 세 영역 모두에서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자국내에서는 15세 학생들의 읽기 점수가 PISA 참여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교육 선진국이라는 타이틀 뒤편에서, 스크린 세대의 '읽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에듀테크 업계의 시선도 사로잡을 만하다.

이번 PISA에는 전 세계 91개 국가와 경제권의 76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에스토니아 학생들은 과학 527점, 수학 508점, 읽기 499점을 기록했고, 새로 도입된 계산적 문제해결(Computational Problem-Solving) 영역에서는 541점을 받았다. 비OECD 회원국과 중국 관할 지역을 포함하면 과학 6위, 수학·읽기 8위, 계산적 문제해결 7위였으며,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일본과 한국에 이어 종합 3위권을 유지했다. 2018년 자국 최고 기록 이후 점진적 하락세가 이어졌음에도, 다른 OECD 국가들이 역대 최대 폭의 하락을 겪는 가운데 상대적 우위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축제의 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토니아 교육청 국제연구 담당관 Gunda Tire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매우 좋은 위치에 있지만, 경종이 울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 아래의 경향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가장 이목을 끄는 지점은 단연 읽기 영역이다. 이번 읽기 점수 499점은 2018년 대비 24점이 떨어진 수치로, PISA의 통상적 기준(20~25점 하락이면 학습 1년 분량 손실로 간주)에 비추어 보면 현재 에스토니아 10대들은 한때 동년배들보다 약 1년 뒤처진 읽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OECD 전체에서도 2015년에서 2025년 사이 읽기 점수가 28점 하락했는데,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핵심 역량으로 부상한 '정보의 평가', '다양한 출처의 연결',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영역에서 손실이 컸다고 OECD는 분석했다. 읽기를 대충 빠르게 처리하는 '성급한 읽기(Hasty Reading)'를 보이는 학생 비율도 2018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운 9%까지 증가했다. 국제 기준으로는 여전히 우수하다. 읽기 Level 2 이상 도달 학생 비율이 83%로 OECD 평균 69%를 큰 폭으로 앞질렀고, 최상위 수행자 비율도 9%로 국제 평균 6%를 웃돌았다. 그러나 추세 자체가 위험하다는 게 국내 분위기다.

에스토니아 모국어 교사협회 회장 Kaja Sarapuu는 "PISA 시험에서는 학생들이 읽고, 연결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평가해야 한다. 반면 우리 학교에서는 텍스트를 읽고 사실을 찾는 정도로 그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장문의 텍스트를 읽는 경험이 줄었고, 짧은 정보 파편을 빠르게 오가는 데 익숙해진 탓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학교가 텍스트를 곱씹고 자기 나름의 결론을 도출하며 해석을 변호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린대학교 비교공공정책 교수 Triin Lauri 역시 PISA 2025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과학 성적 변동을 설명하는 비중이 OECD 평균 12%보다 낮은 10%에 그쳤다고 강조하면서도, "국가 단위 통계 이면에서 학교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평균은 우수하지만 학교별로 들여다보면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디지털 환경과 학습의 관계는 이번 결과에서 양면적으로 드러났다. 계산적 문제해결에서 541점을 받은 것은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역량을 토대로 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왔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PISA에 응한 에스토니아 학생 중 36%는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이 디지털 기기에 distractions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학습 도구로서의 디지털 기기가 집중력을 갉아먹는 변인으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읽기 점수의 뚜렷한 하락과 결합하면, '디지털 전환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된다.

에스토니아 사례가 한국 에듀테크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첫째, 단순한 디지털 기기 보급률과 학습 활용도의 차이를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와 '인쇄 기반 비판적 읽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국가 학업성취의 변수를 가른다는 점이다. 한국도 2022년 PISA에서 읽기 점수 하락을 경험한 바 있어, 에스토니아의 10년 사이 24점 하락 트렌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둘째, AI 시대에 요구되는 정보 평가·연결·비판 사고력의 손실은 도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학습 설계의 문제라는 교사 현장의 진단이 시사적이다. 따라서 에듀테크 기업은 AI 튜터나 학습분석 솔루션을 개발할 때 '짧은 단편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장문을 깊이 읽고 추론하며 자신의 해석을 구축하는 훈련을 뒷받침하는 설계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 간 격차' 이슈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평균의 우수함 뒤편에서 교육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면, 에듀테크는 모든 학교가 동등한 고품질 학습 경험을 제공하도록 돕는 사회 안전망의 역할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OECD가 지적한 '역대 최대 하락'의 시대적 맥락 안에서, 에스토니아처럼 잘 만들어진 시스템조차도 점진적 침식을 막지 못한 사례는, 한국이 PISA 성적의 정체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술 도입을 넘어 교수법과 평가 문화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