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33만 학생·교원 단일 계정으로 구글·MS·어도비까지…클라우드·AI 통합 플랫폼 '펜즈'의 도전과 한계

오는 9월 1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이 33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와 AI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통합 로그인 플랫폼 '펜즈(PENZ)'를 정식 개통한다. 학생과 교직원이 단 하나의 계정으로 구글, 마이

아주경제 보도 | 1 week ago 부산시교육청, 33만 학생·교원 단일 계정으로 구글·MS·어도비까지…클라우드·AI 통합 플랫폼 '펜즈'의 도전과 한계

오는 9월 1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이 33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와 AI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통합 로그인 플랫폼 '펜즈(PENZ)'를 정식 개통한다. 학생과 교직원이 단 하나의 계정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Adobe) 등 유료 디지털 도구를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전국 시·도 교육청 중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어도비까지 라인업에 포함시켜 '디지털 툴의 모든 것'을 한 번에 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면서, 에듀테크 업계는 이 모델이 향후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크 사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펜즈의 핵심 골자는 '디지털 격차 해소'다. 그동안 학생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나 학교 예산 사정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가 제각각 달랐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 관내 모든 학생이 동일한 라이선스로 동일한 고품질 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기반으로 운영되며, 부산교육청 소속 교직원과 학생만 이용할 수 있다. 9월 1일부터 교육디지털원패스 가입 후 펜즈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과 계정 연동을 마치면 승인된 클라우드와 AI 도구를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총 4억여 원이 투입된 이번 사업은 단순한 툴 묶음을 넘어, 12년간 학습 데이터를 누적할 수 있는 '원드라이브(OneDrive) 연속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교 졸업까지 클라우드에 학습 자료를 쌓아두면, 개인 단말기 교체나 학교 이동과 무관하게 학습 자산이 유지되는 구조다.

가장 즉각적인 변화는 교원 업무 경감에서 나타난다. 기존에는 매년 학생 진급 시기에 학교 현장에서 동일 도메인 구성을 위해 최대 2,000개에 달하는 계정을 교사가 수작업으로 발급·관리해야 했다. 펜즈 도입 이후 계정 자동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단순 행정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실제 도입을 앞두고 부산교육연구정보원 주관으로 학교 관리자, 정보부장 교사, 계정 담당자를 대상으로 초등·중등을 나눠 총 4회(수용 인원 약 500명 규모) 현장 설명회가 진행된다. 사이트 접속과 디지털원패스 연동 방법, 학교별 관리자 모드 활용법, 제공되는 에듀테크 서비스 등이 구체적으로 안내될 예정이다.

보안 측면에서도 자체적인 안전망을 구축했다. 총 구축비 중 약 2억 원을 들여 교육청 자체 서버를 마련했고, 구글 등 외부 민간 서비스에는 학생의 아이디와 이름 등 최소 정보만 전달된다. 가입 및 접속 로그 기록 등 민감한 데이터는 교육청 정보원 내부 서버에서 이중화·암호화돼 자체 관리된다. 김석준 교육감은 "펜즈 개통을 통해 학교 현장의 디지털 도구 접근성을 높이고, 교사와 학생이 안전하게 AI 교육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설명회를 통해 관리자와 담당 교원의 시스템 이해도를 높이고, 학교 현장에서 불편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2년 연속성이라는 강력한 공약 역시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장 큰 벽은 '지역 한정성'이다. 부산 관내(사립학교 포함)에서만 적용되는 만큼, 학생이 타 시·도로 전학할 경우 그동안 클라우드에 쌓아둔 학습 자료를 직접 다운로드해 별도로 이관해야 한다. 교육부 주관의 전국 단위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다. 또 매년 약 12억 원에 달하는 유료 라이선스 갱신 비용이 지속 가능성을 가른다. 특히 해외 민간 서비스인 만큼 달러 환율 변동이나 기업의 요금 정책 변화에 따라 예산 규모가 흔들릴 수 있는 외생 리스크를 안고 있다. 기기가 없는 저소득층 학생 지원의 경우 펜즈 담당 부서가 아닌 타 복지 부서의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실질적 활용 격차를 좁히기 위한 부서 간 연계 강화가 요구된다.

펜즈의 개통은 국내 에듀테크 생태계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던진다. 우선 그동안 학교 단위로 개별 계약하거나 학교장 재량에 맡겨졌던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도입 방식이 '교육청 단위 통합 라이선스' 모델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교육청 등이 운영 중인 유사 시스템과 비교해 어도비까지 묶은 것은 국내 공교육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크리에이티브·디자인 교육에 대한 행정적 의지를 보여준다. 향후 어도비뿐 아니라 캔바, 피그마, 노션 등 글로벌 디자인·협업 툴까지 통합 라인업이 확대될 여지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다만 펜즈 모델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도 분명하다. 첫째, 매년 12억 원에 육박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안정적으로 편성하기 위한 재정 부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학 시 데이터 이관 문제를 기술적·제도적으로 보완해 '12년 연속성'의 실질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 학생 대상 기기 보급 사업과 펜즈 활용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플랫폼은 열렸는데 접근할 디바이스가 없는' 역설적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펜즈는 공교육 현장에서 클라우드와 AI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국내 첫 사례로서 의의가 크지만, 지역 한정성, 예산 지속성, 디지털 접근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다른 지자체 확산의 표준 모델이 될 수도, 단발형 시범 사업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