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AI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당적 법안을 내놓았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에 전용 AI 연구실을 만들고 ...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AI 및 혁신경제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조시 고타이머(Josh Gottheimer) 하원의원(뉴저지주)이 조지 워싱턴 중학교에서 초당적 'AI LABS 법안(AI LABS Act)'을
gottheimer.house.gov 보도 | 2 days ago 미국 하원이 AI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당적 법안을 내놓았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에 전용 AI 연구실을 만들고 ...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AI 및 혁신경제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조시 고타이머(Josh Gottheimer) 하원의원(뉴저지주)이 조지 워싱턴 중학교에서 초당적 'AI LABS 법안(AI LABS Act)'을 공개했다. 제이 오버놀테(Jay Obernolte)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과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연방 교육부가 K-12 학교에 전용 AI 연구실을 설립하고 교사 연수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세대 전 컴퓨터실과 타자기실이 학교의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AI 연구실을 모든 학교의 표준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타이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I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지도, 금지하고 사라지길 바라지도 않겠다"며 "학교에는 도구를, 교사에게는 연수를, 아이들에게는 진정한 출발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가 우리의 과제를 대신 작성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학습을 돕는 도구가 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AI를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되, 그것을 우회하는 지름길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교육계의 현실 진단이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뉴저지주 학생의 45%가 학교 과제에 AI를 자주 사용한다고 응답했지만, 놀라운 것은 이 중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도 청소년 대다수가 자신의 학교에서 AI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AI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교육 현장의 대응 체계가 크게 뒤처져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법안의 또 다른 축은 교사 연수다. 미국교원연맹(AFT)과 전국교육협회(NEA)의 권고를 반영해, AI 교육과정이 교사의 지도와 감독 하에 운영되도록 설계했다. 법안은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업무를 줄이고 개인 맞춤형 수업 설계를 돕는 보조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AI 기업들이 컴퓨터공학 전공자뿐 아니라 철학과 역사학 전공 대학생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기술적 능력보다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법안 발의 과정에서 제시됐다.
이번 법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 교육계의 최근 흐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 미국의 많은 학교는 챗GPT 등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혼란을 겪어왔다. 뉴욕시 교육청은 초기에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가 몇 달 만에 이를 번복하고 오히려 AI 교육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는 AI 챗봇 도입을 추진했다가 예산 낭비와 성급한 추진 논란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미국 교육계가 내린 결론은 '금지도 방임도 아닌 체계적 교육'이라는 중간 지점이었다.
고타이머 의원이 이날 법안 발표와 함께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정책을 동시에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AI 교육을 확대하면서도 과도한 스크린 타임을 경계하고, 교실에서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 리터러시가 단순히 기술 사용 능력이 아니라, 기술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를 가르치되, 그것이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한국 교육계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AI 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형이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준비 부족과 인프라 격차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법안이 시사하는 바는 AI 교육의 핵심이 단순히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교사 연수와 교육과정 재설계, 그리고 윤리적 사용에 대한 지도라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AI 연구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개념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교과서에 집중한 한국의 접근 방식과 달리, 미국은 학교 안에 전용 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AI를 실제로 체험하고 실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AI 교육이 단순히 콘텐츠 소비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 문제 해결과 협업을 경험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한국의 에듀테크 정책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교육 현장의 적응 속도 사이의 간극은 미국과 한국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공통 과제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보여주듯, 미국은 연방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도 AI 교육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와 교사 연수 체계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가르치고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될 때, 에듀테크의 미래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