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이공대, AI 컨설팅에서 캡스톤디자인까지—산학협력의 '닫힌 고리'를 열다

대경권 중소·중견기업 11개사가 영남이공대학교의 'AI를 활용한 애로기술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해 4주간의 과정을 마무리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컨설팅에서 도출된 기업 과제가 대학의 캡스톤디자인

dhnews.co.kr 보도 | 3 days ago 영남이공대, AI 컨설팅에서 캡스톤디자인까지—산학협력의 '닫힌 고리'를 열다

대경권 중소·중견기업 11개사가 영남이공대학교의 'AI를 활용한 애로기술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해 4주간의 과정을 마무리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컨설팅에서 도출된 기업 과제가 대학의 캡스톤디자인 교과목과 직접 연결되는 '산학협력 2막'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대학과 지역산업이 AI라는 매개를 통해 실질적 협력 사슬로 묶이기 시작한 모습이 주목할 만하다.

영남이공대는 지난 8월 11일부터 9월 1일까지 매주 1회, 총 4회에 걸쳐 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가 기업은 11개사, 3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누적 12시간에 걸쳐 AI 기초부터 기업별 애로기술 진단, 적용 방안 설계, 실증 실습, 성과 공유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일반적인 AI 교육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기업 현장의 기술적·경영적 애로를 발굴하고 AI로 해결 가능한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1주차에서는 AI와 생성형 AI의 개념, 산업 적용 사례를 살펴보며 기업별 현안을 진단했다. 2주차에는 업무·공정별 AI 적용 사례를 분석해 팀별 핵심 과제를 선정했고, 3주차에는 실제 AI 도구를 활용한 실습으로 들어갔다. 생산, 품질, 마케팅, 경영관리 등 영역에서 시나리오를 구현하고 컨설팅 결과를 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 마지막 4주차인 9월 1일에는 팀별 결과 발표와 우수사례 공유, TIPS 및 정부 R&D 과제 신청 전략 검토, 기업별 실행 로드맵 수립까지 진행하며 '실행 가능한 산출물'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재용 총장은 "AI는 이제 특정 산업이나 대기업만의 기술이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혁신 도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컨설팅이 참여기업들이 현장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진단하고 AI를 활용한 실행 과제를 찾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본 프로그램의 진짜 차별점은 교육의 '후속편'에 있다. 영남이공대는 컨설팅에서 도출된 기업별 애로기술을 학과(계열)의 캡스톤디자인 교과목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는 학생들이 기업 현장의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산학연계 프로젝트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컨설팅 결과가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 같은 시도가 갖는 의미를 분석해 보면, 적어도 세 가지 축에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AI 도입에서 중소기업이 직면하는 '역량 갭'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많은 중소기업은 AI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자체 역량으로는 적용 시나리오를 설계하기 어렵고, 외부의 컨설팅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영남이공대의 방식은 컨설팅 자체도 대학 주도로 진행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동시에 기업별 맞춤형 과제를 도출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정부 R&D 과제 신청 전략까지 다루어, 컨설팅이 곧바로 자금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열어뒀다.

둘째, 캡스톤디자인과의 연계를 통해 '교육-산업' 간 폐쇄회로가 형성된다. 전통적 산학협력은 기업 과제 의뢰와 학생 프로젝트 수행이 단절되기 쉬웠다. 그러나 영남이공대는 컨설팅을 통해 사전 검증된 과제를 학생에게 제공함으로써, 학생은 실제 현장이 요구하는 난이도의 문제를 경험하고, 기업은 저비용으로 다양한 해결 시도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학생의 취업 역량 강화와 기업의 인재 탐색 기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구조로, 지방대학이 취업률과 산업 기여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셋째, 지방 거점대학의 'AI 허브' 역할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AI 대전환은 막대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보유한 대도시 중심이 유리할 수밖에 없지만, 영남이공대와 같은 지역 거점대학은 컨설팅, 교육, 산학연계, 정부 과제 연계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통해 대경권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끌어가는 주체로 기능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 등을 통해 이러한 모델을 확산하려 하고 있어, 영남이공대의 사례는 다른 지방대학에도 벤치마킹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컨설팅에서 도출된 과제가 캡스톤디자인 교과목과 연계된다고 해도, 학기당 다룰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에는 한계가 있다. 참여 기업 11곳의 과제를 전부 학생 프로젝트로 흡수하기보다는 우선순위 선별이 필요할 것이며, 학생의 역량과 기업 과제의 난이도 간 미스매치도 관리되어야 한다. 또한 컨설팅 종료 후 기업이 실제로 AI를 도입해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사후관리(KPI 측정, 재컨설팅 등)도 설계돼야 일회성 이벤트로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거대한 연구실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방의 중소 제조 현장과 서비스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도구'로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대학은 그 도구를 지역기업과 함께 다루는 '동반자'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영남이공대가 4주간 쌓아 올린 이 작은 실험이, 향후 산학협력의 새로운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