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경영진부터 AI 실습한다…은행권 생성형 AI 교육의 새 표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직접 노트북 앞에 앉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코파일럿(Copilot)' 화면을 켜고, 2027년 사업 계획 초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다. 실무자가 아닌 금융그룹을 이끄는 경영자가 직접

fintechtimes.co.kr 보도 | 16 hours ago KB국민은행, 경영진부터 AI 실습한다…은행권 생성형 AI 교육의 새 표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직접 노트북 앞에 앉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코파일럿(Copilot)' 화면을 켜고, 2027년 사업 계획 초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다. 실무자가 아닌 금융그룹을 이끄는 경영자가 직접 생성형 AI를 손으로 만져본 것이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2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 교육에는 은행장 포함 임원 및 본부장급 50여 명이 참석했다. 단순한 강연식 세미나가 아니라, 외부 위탁 없이 KB국민은행이 자체 설계한 실전형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었다.

KB국민은행이 경영진 대상으로 '생성형 AI 실습 교육'을 실시했다. 단순한 강연식 세미나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담당 조직의 2027년 사업 계획 초안을 생성형 AI와 함께 직접 작성하는 실전형 프로젝트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교육은 외부 위탁 없이 자체 설계로 진행됐으며, 은행장 포함 임원 및 본부장급 5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환주 은행장이 직접 실습에 참여해 '리더가 먼저 AI를 써야 조직이 바뀐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은행의 행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사업그룹별로 AI 전담 인력을 배치한 'AI CoE(Center of Excellence)'를 신설하고, 조직 및 개인 평가에 AI 활용 측정지표를 반영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쌓아왔다. 여기에 AI 특화 인력 양성을 위한 'AI Academy', 전 직원의 AI 활용 경험과 우수 사례를 확산하기 위한 'AI 챌린지 프로그램'까지 동시 가동 중이다. 하반기에는 코파일럿 라이선스를 실무자에게도 확대 보급하고, 하반기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 시범 적용해 우수 사례를 전사적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은행권 AI 교육이 '일반 임직원 대상 코파일럿 배포' 단계에서 '경영진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다수의 금융기관이 generative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 콘텐츠 요약, 보고서 초안 작성 등 개인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췼다면, KB국민은행은 사업 계획과 같은 핵심 의사결정 문서를 AI와 공동으로 작성하는 경험을 경영진에게 강제하고 있다. 이는 AI를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시키려는 의지로 읽힌다.

흥미로운 지점은 교육 설계 방식이다. 일반적인 임직원 연수 프로그램은 외부 전문업체가 강의를 제공하고, 참가자는 청강 후 자기 업무에 적용하는 식으로 흘러간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외부 위탁 없이 자체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교육 콘텐츠를 '자신의 조직 사업 계획 작성'이라는 구체적 결과물과 직결시켰다. 학습 이론에서 말하는 'situated learning(상황적 학습)'의 원리를 차용한 것으로, 교육의 즉시성과 파급 효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학습자 스스로 '내년에 우리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AI와 함께 그려보게 함으로써, 도구 활용법을 익히는 동시에 전략적 사고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도록 유도한 셈이다.

다만 본부장급 이상 50여 명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실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리더십 계층만을 우선 대상으로 삼은 것은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한 선택이다. 코파일럿 라이선스 1좌당 연간 비용이 상당한데, 전사적 무작위 배포보다 의사결정 영향력이 큰 집단에 우선 투자하고 그 확산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평가 지표에 AI 활용도를 반영한 점도 단순 권고를 넘어 강제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권 생성형 AI 도입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우리금융그룹은 '디노랩 테크 1기'를 출범시켜 AI 스타트업과 계열사 과제를 매칭하는 협업 모델을 공개했고, 신한, 하나 등 주요 금융그룹도 사내 코파일럿 도입과 전사 AI 교육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다만 다수가 '도구 배포'에 집중해 왔다면, KB국민은행은 '리더십의 실제 사용 경험'이라는 차별점을 내걸었다. 이환주 은행장이 "리더가 먼저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효과를 체감해야 조직 전체에 AI 활용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례가 에듀테크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첫째, 기업 내 AI 교육의 효과가 '교육 횟수'가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자의 실제 사용 사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경영진이 직접 쓴 경험을 공유해야 부하들도 두려움 없이 시도하게 된다. 둘째, 교육 설계 시 '외부 강사 초빙 → 청강'이라는 전통적 연수 모델에서 벗어나, 조직의 실제 과제를 학습 콘텐츠로 활용하는 '일-기반 학습(Work-Based Learning)' 패러다임이 유효함을 보여준다. 셋째, 도구 배포와 별도로 평가 지표를 AI 활용도에 연동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변화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핵심 교훈이다.

KB국민은행이 하반기 코파일럿 라이선스를 실무자 전반으로 확대하고 사업계획 수립에 시범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만큼, 향후 어떤 성과 지표가 나오느냐가 금융권 AI 전환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단순히 '몇 명이 교육을 이수했는가'를 넘어 '경영 의사결정의 어느 단계까지 AI가 관여했는가'를 보여주는 다음 행보가 본격적인 변화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