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KAI 손잡고 직업계고생 항공우주 인재로…'채용 연계' 새 모델 제시

항공우주산업의 미래 인재를 고등학교 교실에서 찾는 실험이 시작됐다. 교육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1일 서울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직업계고 기술인재 취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직업계고 학

매일경제 보도 | 2 days ago 교육부와 KAI 손잡고 직업계고생 항공우주 인재로…'채용 연계' 새 모델 제시

항공우주산업의 미래 인재를 고등학교 교실에서 찾는 실험이 시작됐다. 교육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1일 서울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직업계고 기술인재 취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직업계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 연계형 직무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단순한 산학협력 차원을 넘어, 고교 단계에서부터 항공우주 분야의 실무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취업까지 보장하는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채용 연계'라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업계고 3학년 학생 50여 명은 KAI 현직 기술자들로부터 항공기 기체 조립, 부품 가공, 품질검사, 항공전자 장비 정비 등 실제 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2개월간 총 280시간 동안 집중 교육받는다. 이후 6개월간 실습사원(인턴)으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고, 일정한 평가 절차를 통과하면 KAI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1·2학년 학생들도 학년별로 60명씩 선발해 직무 진단과 입문교육, 직무체험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KAI 생산 현장을 견학하고 현직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항공·우주 분야의 진로를 탐색하는 단계다.

이번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취업 알선이 아니라 '선취업 후학습'이라는 평생학습 체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KAI에 취업한 학생들이 이후 학업을 이어가며 항공·우주 분야의 전문 기술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학제도 등 관련 정책을 적극 안내할 계획이다. 이는 고졸 취업자가 이후 대학 진학이나 추가 교육을 통해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항공우주산업의 인력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소형무장헬기(LAH) 등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며, 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 등 우주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제작과 조립, 정비 등 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인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고급 엔지니어에 대한 관심에 비해 생산 현장의 기술인력 양성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번 교육부와 KAI의 협력은 교육 정책과 산업 정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직업계고는 그동안 취업난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어 왔다. 정부는 직업계고 취업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지만, 양질의 일자리와 연계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KAI와 같은 대기업이 직업계고 학생을 대상으로 채용 연계형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은 직업계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우주산업의 특성상 기술인력의 숙련도는 품질과 직결된다. 항공기 한 대를 제작하는 데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이들 부품의 조립과 검사는 자동화가 어려운 수작업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숙련된 기술인력의 확보는 항공우주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KAI가 직업계고 학생을 대상으로 장기적 인력 양성에 나선 것은 단기적 인력 수급을 넘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KAI에 취업한다 하더라도, 이후 학위 취득이나 경력 개발을 위한 교육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선취업 후학습'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고졸 취업자는 학벌의 벽에 막혀 경력 발전에 한계를 겪을 수 있다. 교육부가 장학제도와 학업 연계 방안을 적극 안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제도가 실제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세밀한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협약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성과 관리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부와 KAI가 양해각서(MOU) 수준을 넘어, 교육과정 개발과 평가, 학생 관리 등에서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프로그램의 성공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KAI가 직업계고 학생을 대상으로 채용 연계형 교육을 도입한 것은 한국 교육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실제 수요와 교육 과정을 연계한 '맞춤형 인재 양성' 모델이 확산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졸 기술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교육부와 KAI의 협력이 단순한 항공우주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