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쓰는 AI교과서, 에듀테크 패러다임의 분기점에 서다]
2028년 봄, 전국 학교 교실에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가 펼쳐진다. 인공지능(AI) 관련 교과의 교과서를 현장 교사가 직접 집필하는, 국내 최초의 '교원 주도형' AI 교과서 개발 사업이 본격 가동된다. 교육부가 2
asiatoday.co.kr 보도 [교사가 쓰는 AI교과서, 에듀테크 패러다임의 분기점에 서다]
2028년 봄, 전국 학교 교실에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가 펼쳐진다. 인공지능(AI) 관련 교과의 교과서를 현장 교사가 직접 집필하는, 국내 최초의 '교원 주도형' AI 교과서 개발 사업이 본격 가동된다.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이번 사업은 그동안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돼 온 AI 교육을 국가 차위의 표준 교재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단순한 교재 보급을 넘어, AI 시대 교육 콘텐츠의 제작 주체 자체를 재정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에듀테크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는 28일부터 29일까지 대구 인터불고엑스코호텔에서 'AI 교과 교과서 개발 역량 강화 연수'를 개최하며 사업의 첫 단추를 꿰다. 공모를 통해 초등학교 6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8개 등 총 16개 과목이 선정됐고, 이들 과목의 교과서는 오는 2028년 3월 학교 수업에 적용된다. 2027년 1학기 시범 적용을 거쳐 하반기 시도교육청 인정 심의 절차를 밟는 등 단계별 검증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수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계자, 개발 선정 학교 및 기관, 편찬기관 담당자, 집필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본격적인 집필 준비에 들어간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교과서의 개발 주체다. 그동안 AI 관련 교과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개설하고, 교사가 직접 수집한 자료로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설 과목이 학교마다 다르고, 교원의 자료 준비 부담이 상당했다는 점이 오랜 숙원이었다. 교육부는 이러한 현장의 한계를 공식 인정하고, 교사가 직접 집필진에 참여해 교육과정 분석부터 단원 구성, 집필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교원 주도형' 개발 방식을 도입했다. 장홍재 학교정책실장은 "수업을 가장 잘 아는 현장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교과서와 교육자료를 만들어, 어느 학교에서나 학생들이 인공지능 소양과 역량을 탄탄히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 부처 간 협업 구조다. 교육부가 총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신 기술 동향 반영을 위한 전문 인력을 지원하며, 10개 시도교육청이 집필진 발굴과 학교 현장 연계를 담당한다. 위탁기관인 충남대학교는 편찬기관으로서 집필진 구성부터 원고 집필, 심의 대응까지 총괄 지원한다. 특히 AI 기술의 빠른 변화 속도를 감안해, 교육과정 기반의 핵심 개념과 원리는 교과서에 수록하고, 변화가 빠른 최신 기술 동향과 실습 사례는 별책 형태의 교육자료로 분리해 지속 보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권의 교과서가 출판되자마자 시대에 뒤처지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설계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이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첫째, 현장 교사의 역량과 시간 문제다. 본업인 수업과 학생 지도를 병행하면서 교과서 집필이라는 고도의 학술 작업까지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탁기관의 지원 체계, 집필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 그리고 수업 시수 감면 등 구체적인 보상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둘째, 16개 과목이라는 선정 규모가 전국 학교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현재 AI 교육은 학교별로 'AI 기초', '데이터 과학', '머신러닝 입문' 등 매우 다양한 명칭과 내용으로 운영되고 있어, 향후 미선정 과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인정 교과서'라는 지위도 고민을 낳는다. 국정 교과서나 검인정 교과서처럼 법적 지위는 약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상 준 공식 교재로 기능하게 된다. 인정 심의 기준의 투명성과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칫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업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작지 않다. 그동안 에듀테크 시장에서 AI 교육 콘텐츠는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도해 왔다. AI 튜터, 학습 분석 플랫폼, 코딩 교육 서비스 등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학교 현장에 정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교사들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사업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적 교재의 틀 안에서 교사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에듀테크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교사 커뮤니티와의 협력, 학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콘텐츠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넓게 보면, 이번 AI교과서 사업은 '교사가 콘텐츠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되는' 디지털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과거 교사는 출판사가 만든 교과서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직접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큐레이터이자 저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확장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2028년 봄, 전국 교실에 펼쳐질 16권의 교과서가 단순한 학습서가 아닌, 한국 AI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