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육 격차 해소의 새 모델…'AI 온이음'이 던지는 과제와 가능성

월 수만 원에 달하는 유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제는 소득 수준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누릴 수 있게 됐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오는 8월 20일부터 28일까지 취약계층 및 농어촌 고등학생 약 12만 명을 대상

온쉼표저널 보도 AI 교육 격차 해소의 새 모델…'AI 온이음'이 던지는 과제와 가능성

월 수만 원에 달하는 유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제는 소득 수준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누릴 수 있게 됐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오는 8월 20일부터 28일까지 취약계층 및 농어촌 고등학생 약 12만 명을 대상으로 고성능 생성형 AI 플랫폼 이용권과 윤리 교육을 전액 무상 지원하는 '2026 AI 온이음 사업' 신청을 접수받는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급변하는 디지털 교육 환경 속에서 '출발선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험적인 시도로 읽힌다. 과연 이 사업은 에듀테크 생태계에 어떤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사업의 골자는 명확하다. 경제적 여건이나 지리적 한계로 인해 첨단 기술에 접근하지 못했던 청소년들에게 유료 AI 도구를 쥐어주고,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소양까지 함께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유형 1'은 교육급여 수급자, 교육복지우선지원 대상자, 특수학교 고등부 학생 등 취약계층 고등학생이다. 이들은 소속 학교의 지도교사에게 참여 의사를 밝히고, 학교가 수요를 취합해 한국장학재단에 신청하면 개별 계정을 즉시 발급받는다. 다음으로 '유형 2'는 읍·면 지역에 소재한 농어촌 고등학교다. 학교가 기관 단위로 신청해 심사를 통과하면, 재학생 전원이 일괄적으로 지원을 받게 된다. 두 유형 모두 8월 말까지 선발을 마치고, 9월 새 학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투입될 예정이다.

눈여겨볼 점은 단순히 AI 계정을 나눠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플랫폼에 청소년 보호를 위한 다층적인 안전장치를 설계했다. 우선 여러 최신 거대언어모델(LLM)을 교차 활용할 수 있는 복합 플랫폼을 구축하되, 비속어나 유해 콘텐츠 입력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적 '가드레일'을 탑재했다. 또한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이용 전에 AI 윤리와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 교육을 필수 이수하도록 했다. 이후 프롬프트 작성법부터 교과목 적용 요령까지 단계별 실무 강좌를 제공하고, 학기 말에는 활용 보고서 분석을 통해 참여 전후의 역량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출발선에서의 환경 차이로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촘촘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이 에듀테크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그동안 국내 AI 교육 시장은 대도시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유료 구독형 AI 튜터링 서비스는 월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전유물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AI 온이음' 사업은 공교육이 AI 도구를 '보편적 학습권'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추경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로 유료 AI 플랫폼을 구매하고, 이를 특정 계층에 무상 보급하는 것은 사실상 'AI 교육의 공공재화'를 선언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시장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에듀테크 기업들은 개인 소비자(B2C)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학교와 교육청, 나아가 정부가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B2G)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설계와 가격 정책이 필요해졌다. 특히 이번 사업처럼 복수의 LLM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멀티 모델' 구조와 청소년 전용 안전장치는 앞으로 공교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만큼이나 윤리적 프레임워크와 데이터 보호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한 셈이다.

다만 짚고 넘어갈 과제도 존재한다. 12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에게 일괄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학습 격차 해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AI 계정을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결국 기초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 위에서 발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계획한 대로 AI 윤리 교육과 프롬프트 활용법 등 후속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되는지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일선 학교의 지도교사에게 과중한 행정 업무가 전가되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온이음'은 교육 복지의 지평을 첨단 기술 영역으로 확장한 상징적인 정책이다.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던 과거의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능형 도구의 활용 주권'을 소외 계층에 부여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향후 초등교육이나 평생교육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넘어 'AI 활용 교육'이 공교육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에듀테크 업계는 이번 정책을 단순한 정부 지원 사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교육 시장의 새로운 판도가 형성되는 신호로 읽고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