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실에 들어온 생성형 AI…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쓸 것인가" 정부 차원의 고민 시작

일본, 교실에 들어온 생성형 AI…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쓸 것인가" 정부 차원의 고민 시작

재팬타임스 보도

일본, 교실에 들어온 생성형 AI…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쓸 것인가" 정부 차원의 고민 시작

[도입부] 일본 정부가 학교 현장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문 위원회를 소집한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활용 모델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앞둔 일본의 선택은 한국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문 1] 일본 정부는 최근 교육 분야에서의 AI 활용 방안을 논의할 자문 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학교 현장에서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동시에 과도한 의존으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번 논의의 배경에 대해 "기술의 진화 속도가 교육 정책의 변화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과 불안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교육계의 움직임은 이미 현장에서 시작됐다. 도쿄도 내 일부 초중학교에서는 숙제 검토와 간단한 질문 응답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덜어주고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에세이 작성이나 리포트 제출 과제에서 AI가 생성한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AI 활용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본문 2] 이번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단순히 'AI 사용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핵심은 교육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다. 일본은 2020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2024년부터는 대학 입시에서도 정보 교육 과목의 비중을 확대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러한 기존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가 만들어낸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윤리적 판단력, 그리고 창의적 사고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원회의 핵심 쟁점으로 평가 방식의 변화를 꼽는다. 기존의 지필고사와 과제 제출 방식으로는 학생의 실제 역량을 측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쿄대학 교육학과의 한 교수는 "AI를 금지하는 것은 기술 발전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교직원조합은 교사들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에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이러한 논의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AI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교육 과정을 도입했으며,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의 AI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반면 일본은 신중한 접근을 선택했다. 이는 AI가 교육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사회는 '획일성'과 '정답 지향'의 교육 문화가 강한데, 생성형 AI의 도입이 이러한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점] 일본의 이번 자문 위원회 구성은 한국의 에듀테크 업계에도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 수준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지만, AI 교육 정책의 방향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한국 교육부가 추진 중인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도 일본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다. 기술 도입의 속도 조절, 교사 재교육, 평가 체계 개편, 그리고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라는 네 가지 축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에듀테크 기업에게 이번 논의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동시에 규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AI 활용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평가 체계를 개편하느냐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제품 설계와 서비스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AI 튜터링, 자동 채점 시스템, 맞춤형 학습 관리 플랫폼 등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서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 현장의 신뢰를 얻고, 교사와 학생의 실제 요구를 반영하는 제품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논의가 결론에 도달하는 내년까지, 한국 에듀테크 업계도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교육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