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온이음 사업, 교육격차 해소를 향한 첫 단추

한쪽에서는 최신 유료 생성형 AI 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해 과제를 분석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설계하는 학생들이 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스마트폰 데이터조차 부족해 ChatGPT 한 번 켜보지 못한 학생들이 고등학

edu.chosun.com 보도 AI 온이음 사업, 교육격차 해소를 향한 첫 단추

한쪽에서는 최신 유료 생성형 AI 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해 과제를 분석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설계하는 학생들이 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스마트폰 데이터조차 부족해 ChatGPT 한 번 켜보지 못한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다. AI가 학습 도구의 표준이 되어가는 시대, 이 둘 사이의 간극은 곧 성적 이상의 격차로 직결된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내놓은 '2026년 인공지능(AI) 온이음 사업'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추가경정예산이라는 재정 수단을 활용해 취약계층과 농어촌 고등학생 12만 명에게 유료형 AI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공교육이 AI 시대의 기본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묻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의 구조는 명확하다. 지원 대상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1은 교육급여 수급 대상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 고등학생이다. 이들은 학교 담임교사에게 참여 의사를 밝히면 학교가 다시 수요를 취합해 한국장학재단에 일괄 신청하는 형태다. 유형2는 농어촌 소재 고등학교를 단위로 운영되며, 취약계층 학생을 우선적으로 지원한 뒤 학교 전체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유형2의 경우 특정 학생이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개별 가구의 경제적 조건과 무관하게 학교 단위로 AI 접근성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청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이며, 선정 이후 학교별로 계정 발급 절차가 진행된다.

사업의 규모도 주목할 만하다. 유료형 생성형 AI 서비스를 12만 명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시장 가격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정부 재정으로 직접 투입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생성형 AI는 대부분 학생 개인의 월 구독료나 부모의 사비 부담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저소득 가구는 사실상 서비스 자체와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가 이 비용을 국가 재정으로 메운 것은, AI 도구 이용이 더 이상 가정소득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공식화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진짜 차별점은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안전장치'를 동반한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학생이 AI 윤리, 개인정보 보호,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 등이 포함된 사전 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구조를 강제함으로써, 단순히 도구를 나눠주는 차원을 넘어 학생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확보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기에 AI 서비스 자체에도 금칙어 입력 방지 등 기술적 안전조치가 적용된다. AI가 학생의 학습을 왜곡하거나 부적절한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런 설계는 글로벌 교육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UNESCO는 2023년 '생성형 AI 교육 적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모든 학습자가 AI 혜택을 누리되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OECD 역시 AI 활용에서의 사회적 형평성을 주요 의제로 반복 거론해왔다. 한국의 이번 사업은 이러한 국제적 논의에 부합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AI 교육격차가 이미 현실화된 단계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실제 교육 현장의 목소리도 정책의 시급성을 뒷받침한다. 일부 수도권 자사고·외고에서는 이미 개별 학생들이 유료 AI 서비스를 자비로 결제해 학습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급하는 태블릿에서조차 무료 버전의 한계를 자주 경험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AI 서비스로 인해 학업과 AI 역량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단계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이러한 격차가 단순한 도구 접근성의 문제를 넘어, 향후 진로·입시·직업 역량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 의도가 깔려 있다.

시사점 측면에서 이 사업은 국내 에듀테크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첫째, 공공 부문이 유료 AI 서비스의 대규모 구매자(buyer)로 등장하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의 B2G(기업-정부)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어떤 서비스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특정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가 단기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단순한 'AI 문해력' 교육이 별도의 교육 콘텐츠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전 교육 의무화 조항은 결국 학교와 학원, 에듀테크 기업에 AI 윤리·리터러시 교육 패키지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다. 셋째, 가장 본질적인 시사점은 향후 AI 활용 역량이 곧 학습 성과와 직결되는 시대에, 공공재 성격의 AI 접근권 보장이 필수적인 정책 과제가 되었음을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초·중등 단계로 사업이 확장될 가능성과, 동시에 유료형 AI 서비스를 국가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조달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큰 논의로 이어질 여지를 남긴다.

'AI 온이음'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이 사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학생과 AI, 그리고 공교육이 함께 연결되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12만 명이라는 숫자가 자칫 작게 보일 수 있지만, AI 시대의 교육 형평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가 처음으로 내민 정책적 답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사업이 1회성 예산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향후 상반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확대·고도화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매김할 것인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