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AI 코스웨어' 바람이 거세다. 단순히 온라인 강의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신입생의 기초학력 격차를 진단하고 수준별로 학습을 ...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제품 홍보 자리를 넘어, 국내 대학 에듀테크 도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글로벌 교육기업 피어슨은 'AI 시대, 글로벌 대학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온라인 교수학습과 국제 협력 사례를 소개
startupn.kr 보도 대학가에 'AI 코스웨어' 바람이 거세다. 단순히 온라인 강의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신입생의 기초학력 격차를 진단하고 수준별로 학습을 ...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제품 홍보 자리를 넘어, 국내 대학 에듀테크 도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글로벌 교육기업 피어슨은 'AI 시대, 글로벌 대학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온라인 교수학습과 국제 협력 사례를 소개했고, 황재철 풀리캠퍼스 본부장은 'AI가 바꾸는 국내 대학 교육의 변화'를 통해 국내 대학들의 기술 도입 흐름을 짚었다. 특히 최효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고등교육 에듀테크 소프트랩 사업'은 정부가 대학 현장과 에듀테크 기업을 연결해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실증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단순히 도구를 사다 쓰는 단계를 넘어, 대학의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학교가 협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신호다.
행사의 백미는 '풀리캠퍼스 활용 성공 사례 공모전' 수상작 발표였다. KERIS와 한국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KACTL)가 심사에 참여해 대학 부서 운영 사례와 교수자 수업 사례 각각 3건씩 총 6건의 우수 사례를 선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상 사례들이 단순히 AI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대학이 직면한 구체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문제가 먼저라는 접근법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 부서 운영 사례 최우수상을 받은 부산대학교의 사례는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대는 신입생들의 기초학력 편차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기초학습 교과목 '효원브릿지'를 AI 기반 맞춤형 코스웨어로 전면 개편했다.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결손을 파악하고, 수준별 보완학습을 제공한 뒤 최종 이수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 결과 학업 결손군 비율이 37.0%에서 6.7%로 대폭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AI가 단순히 학습 콘텐츠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대학의 중요한 행정적·교육적 과제인 '학생 학습권 보장'과 '기초학력 책임지도'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숙명여자대학교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AI 영어 진단 결과를 신입생 영어 교양필수 과목의 수준별 분반 배치에 활용한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정확히 진단해 반을 나누고, 그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함으로써 수업의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국립금오공과대학교는 기초학력 진단과 보완학습, 재진단, 온라인 멘토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 학생들이 학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성적 예측이나 평가에 그치지 않고, 학습 부진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교육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수자 수업 사례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백석문화대학교의 사례는 AI가 강의실 안에서 어떻게 수업의 질을 바꿀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열어 교수(간호학과)는 AI 코스웨어를 활용해 사전·사후 진단평가와 실시간 학습 데이터 분석, 난이도 자동 조절, 오답 피드백을 수업에 적용했다. 그 결과 '대학수학' 과목의 평균 점수가 사전 평가 52.6점에서 사후 평가 75.9점으로 크게 향상됐다. 단순히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춰 난이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적응형 학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용인대학교 손나래 교수는 전공 실기 과목인 태권도학과에서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필기 교육에 AI 기반 문항과 해설을 적용했다. 전공 수업과 자격증 시험 대비라는 실용적인 목적에 AI를 접목한 사례다. 배재대학교 김화선 교수는 1학년 교양필수인 '글쓰기와 읽기' 수업에서 AI 기반 글쓰기 첨삭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글쓰기 첨삭은 교수자에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인데, AI가 이를 보조함으로써 교수자는 더 높은 수준의 피드백과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AI가 교수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질 높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공유된 사례들은 대학 AI 교육이 이제 막 시작된 실험이 아니라,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기초학력 진단, 수준별 학습, 전공 수업, 시험 대비, 글쓰기 첨삭까지 그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성과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단기간의 점수 변화만으로 AI 교육의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학습 지속성, 교수자의 업무 방식 변화, 교육비용 절감 효과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데이터 축적과 평가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일회성 도입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가 "좋은 도구를 고르는 일보다 문제를 정확히 짚는 일이 먼저"라고 말한 것은 이번 컨퍼런스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AI 교육의 성패는 기술의 우수성이 아니라, 대학이 가진 교육적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기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에 발표된 우수 사례들은 그런 점에서 대학들이 AI 도입을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시사점으로,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 대학 에듀테크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이제는 단순히 기능이 많은 AI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적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제 성과를 입증한 활용 모델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프리윌린이 이번 수상 사례들을 AI 교육 도입 사례집으로 제작하고 대학 간 네트워킹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학 현장의 생생한 성공 사례는 곧 다른 대학들이 AI 도입을 결정할 때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 AI 교육의 승부처는 기술의 진보보다, 현장에서 검증된 교육적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확산시키고 표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