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학교의 삼각편대, AI교육 실증모델의 새 기준을 세우다
대학·기업·학교의 삼각편대, AI교육 실증모델의 새 기준을 세우다
hani.co.kr 보도
대학·기업·학교의 삼각편대, AI교육 실증모델의 새 기준을 세우다
[도입부] AI 전환(AX) 시대의 공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덕성여자대학교 디지털교육공학센터와 경기 AI중점학교 태안초등학교, AI 에듀테크 기업 ㈜코더블이 손을 잡았다. 대학의 연구 역량과 기업의 기술력, 학교 현장의 교육 수요를 하나로 묶는 3자 업무협약이 체결되면서, 이론과 실무가 분리된 기존의 AI 교육 논의를 넘어서는 '현장 실증형' 협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본문 1] 지난달 31일 체결된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업무 제휴가 아니다. 세 기관은 AX 산업 기반 AI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 공동 개발, AI·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모델 연구와 현장 실증, 미래교육 공간을 활용한 AI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세 가지 축에서 구체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협약의 첫 실행 과제로 덕성여대의 디지털새싹 초등 프로그램인 'Project NovaNode: 우주데이터센터 AI 챌린지'가 태안초등학교에서 운영될 예정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학생들은 새롭게 조성된 미래교육 공간에서 AI와 데이터센터 기술을 이해하고,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이라는 미래 산업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협약이 기존의 산학협력과 다른 점은 '학교가 실험실'이 된다는 데 있다. 그동안 AI 교육은 대학이나 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학교에 전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구조는 태안초등학교가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고, 실제 수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모델을 검증하는 순환 구조를 띤다. 덕성여대는 2025년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한 디지털새싹 사업의 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26년에도 사업을 지속하며 AX 산업 기반 AI 특화 교육과정을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AI 에듀테크 전문기업 코더블의 기술·콘텐츠 개발 역량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체험형 AI 교육을 넘어 산업 현장의 실제 문제를 교육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가 가능해졌다.
[본문 2] 이번 협약의 배경에는 공교육 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자리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AI중점학교는 AI 교육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학교로, 일반 학교에 비해 인프라와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상대적 자유도가 높다. 그러나 AI중점학교조차 교사들의 AI 리터러시 격차, 콘텐츠 부족, 평가 체계 미비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AI 교육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정보 교과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융합 수업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AI 도구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이 AI의 원리와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 설계가 요구돼 왔다.
'Project NovaNode'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학생들은 AI와 데이터의 관계를 배우고, 데이터센터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AI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단순한 코딩 교육이나 AI 도구 사용법을 넘어, AI가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왜 AI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교육적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박주연 덕성여대 디지털교육공학센터장은 "대학의 교육공학 연구 역량과 기업의 AI 기술, 학교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교육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다. 교육공학 연구자들이 학교 현장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실제 교육 환경에서 제품과 콘텐츠를 검증할 수 있으며, 학교는 연구 기반의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는 '윈-윈-윈' 구조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업계에서 '실증'이 중요해진 이유는, 실제 교실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시장에서 외면받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은 바로 그 실증의 장을 공교육 현장에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사점] 이번 3자 협약은 한국 에듀테크 생태계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AI 교육의 패러다임이 '도구 활용'에서 '산업 이해와 문제 해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주제는 단순한 코딩 교육을 넘어, AI가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통합적 접근을 담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가 AI 시대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둘째, 대학-기업-학교의 삼자 협력 모델이 에듀테크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B2B(기업-학교) 방식이 아닌, 연구기관이 중간에서 교육 설계와 검증을 담당하는 구조는 에듀테크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교육부의 디지털새싹 사업과 연계된 점은 정책적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협약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성과 측정과 확산 전략이 중요하다. 태안초등학교에서 실증된 교육 모델이 다른 학교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 평가 도구, 표준화된 교육과정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박 센터장의 말처럼 '지속 가능한 AI 교육 생태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이번 협약이 단순한 MOU 체결이 아닌 장기적인 실행 로드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공교육 현장의 AI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 첫걸음으로서 이번 협약은 한국형 AI 교육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