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그리는 AI 대학 청사진, '교육·연구·행정' 전방위 디지털 전환이 던지는 시사점
경희대가 그리는 AI 대학 청사진, '교육·연구·행정' 전방위 디지털 전환이 던지는 시사점
미주중앙일보 보도
경희대가 그리는 AI 대학 청사진, '교육·연구·행정' 전방위 디지털 전환이 던지는 시사점
[도입부] 대학의 디지털 전환(DX)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 가운데, 경희대학교가 교육과 연구, 행정 전 영역에 걸친 AI 통합 혁신 모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AI 인재양성 사업에 연이어 선정된 데 이어, 학내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학생 성장 통합 플랫폼까지 구축하며 'AI 기반 대학 운영'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도구 도입을 넘어 대학 구성원 전체의 업무 방식과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재편하는 이 시도는,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본문 1] 경희대의 행보는 외부 자금 유치와 내부 인프라 구축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속도감이 돋보인다. 먼저 교육부와 한국산업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26년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인공지능 분야에 선정되며 향후 5년간 총 71억 2,5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 사업의 특징은 대학과 기업, 민간교육기관이 초기 설계 단계부터 공동 참여해 현장의 기술 수요를 교육과정에 직접 반영한다는 점이다. AI 기초 이론과 프로그래밍, 심화 기술과 산업 응용, 기업 연계 팀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단계별 커리큘럼과 함께 마이크로디그리(소단위 학위과정) 운영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3월 개관한 판교VI캠퍼스를 기업 협력 프로젝트와 인턴십, 취업 연계의 거점으로 활용함으로써 수도권 산업 현장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2026년 서울 RISE 신규사업' AI 관련 학과 지원 분야에도 선정되며 연간 2,000명 규모의 AI 융합 핵심인재 양성에 나선다. 정부 부처 사업과 광역지자체 사업을 동시에 확보한 것은 경희대의 AI 교육 역량이 외부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두 사업이 시너지를 내며 전공 교육과 산업 현장 간의 간극을 줄이고, 학생들의 실질적인 진로 설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학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행정 시스템에도 AI와 데이터 기술이 전면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경희대는 교무·학사·산학·연구 자료를 통합한 'K-DX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143개에 달하는 데이터 마트를 조성했다. 학생 교육, 연구 성과, 재정, 국제화 등 핵심 지표를 시각화하고 대학정보공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 대학과의 경쟁력까지 비교 분석한다. 이는 최고경영진의 전략 수립뿐 아니라 단위 조직의 실무 의사결정에도 데이터가 활용되는 '데이터 기반 행정'의 표준 모델을 제시한다. 교원과 직원들이 기존 포털 계정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사용자 장벽을 낮춘 전략으로 평가되며, 파일 내려받기 시 활용 목적을 입력하도록 한 것은 데이터 보안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본문 2] 이번 혁신의 핵심 축은 단연 학내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 'ChatKHU'다.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이미지·동영상 특화 모델, 국가통계 데이터 분석 기능을 하나로 아우른 이 플랫폼은 단순한 AI 챗봇을 넘어 대학 구성원 누구나 코딩 없이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는 'AI 민주화'의 장으로 설계됐다. 문서를 기반으로 챗봇을 만드는 '스튜디오', 유용한 챗봇을 공유하는 '스토어', 다양한 AI 모델과 대화하는 '채팅' 기능을 제공하며, 특히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적용해 학내 업무 매뉴얼, 규정, 강의자료에 기반한 챗봇을 교직원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은 실무 활용도를 극대화한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기술 도입에만 몰두하지 않고 윤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했다는 사실이다. 경희대는 인간 중심, 책무성, 공정성·투명성, 안전성·보안, 학술가치와 공공성을 핵심 가치로 담은 'ChatKHU 활용 윤리 및 이용 가이드'를 제정하고, 모든 데이터를 대학 전용 클라우드에 보관하도록 설계했다. 생성형 AI가 고등교육 현장에 확산되면서 표절, 데이터 유출, 알고리즘 편향성 등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학 차원의 명시적인 윤리 기준을 마련한 것은 다른 대학들에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AI 활용의 자유도를 높이는 동시에 책임성 있는 사용을 유도하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는 오는 2027학년도 1학기 개통을 목표로 하는 '학생성장플랫폼'이다. 교과와 비교과, 학생경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 주기의 성장 이력을 관리하는 이 시스템은 'GROW(Goal-Roadmap-Opportunity-Way)'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 진단, 역량 개발, 기록, 진로 준비, 상담, 성장 관리의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구현하며, 통합 포트폴리오와 전공 맞춤형 역량 로드맵,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성적 관리 시스템의 확장판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장 궤적을 설계하고 점검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진로 설계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대학이 학생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데이터와 AI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시사점] 경희대의 사례가 에듀테크 업계에 주는 의미는 단순히 한 대학의 혁신 사례를 넘어선다. 첫째, AI 도입을 교육과정에 국한하지 않고 교육·연구·행정의 전 영역으로 확장하는 '통합 전환(Integrated Transformation)'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둘째, 교수자와 학생뿐 아니라 직원까지 포함한 전 구성원이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AI 리터러시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대학의 경쟁력이 우수한 AI 기술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구성원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데이터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그리고 AI가 제안하는 분석 결과에 대한 최종 판단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거버넌스 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성장플랫폼이 실제로 학생들의 학습 성과와 진로 성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효과 검증도 중요한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희대의 이 같은 통합적 접근은 한국 대학들이 AI 시대에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다. 교육의 개인화와 연구의 고도화, 행정의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국내 고등교육의 디지털 전환 논의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