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된 정답 고르기"의 붕괴…국교위, AI 시대 대입 개편의 첫 삽을 뜨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 11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남·광주, 대구에서 '미래 대입 제도 방향' 현장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대입 제도 개편의 본격적인 공론화에 착수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학령
newsis.com 보도 "33년 된 정답 고르기"의 붕괴…국교위, AI 시대 대입 개편의 첫 삽을 뜨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 11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남·광주, 대구에서 '미래 대입 제도 방향' 현장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대입 제도 개편의 본격적인 공론화에 착수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육이, 1994년 도입 이후 33년간 거의 변화 없이 유지돼 온 현행 수능 체제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특히 이번 토론회가 단순한 정책 홍보가 아닌, 학생·학부모·교원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과거 정부 주도 하향식 개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AI가 바꾸는 평가의 패러다임, '서·논술형'이 답인가
이번 현장 토론회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다. 이민석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교육인재분과장(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이 발제자로 나서 AI 기술을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의 가능성과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시험 방식의 변화를 넘어,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현행 수능이 지닌 가장 큰 구조적 결함은 '정답 고르기'식 선다형 평가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30년 넘게 받아왔다는 점이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지난 33년간 고착화된 정답 고르기식 평가와 대입 제도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단순 지식 암기와 패턴 인식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에,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을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의 확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채점의 객관성 확보, 평가 비용 증가,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AI 기술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AI 기반 자동 채점 시스템은 대량의 서·논술 답안을 신속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물론 AI 채점이 지닌 알고리즘 편향성, 창의적 답변에 대한 저평가 가능성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다.
지방 분산형 토론회, '교육격차 해소'라는 또 다른 화두
이번 토론회가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이유는 지역별 개최다. 인천(11일), 전남·광주(20일), 대구(26일) 등 3개 권역에서 열리는 현장 토론회는 수도권 중심의 교육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 지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논의는 단순한 대입 제도 개편을 넘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교육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1부에서 각 지역교육청의 우수 교육정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중앙 정부가 아닌 현장에서 이미 실험 중인 혁신 사례들을 대입 제도 개편 논의에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교육부-국교위-시도교육청 간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수평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국교위는 이번 현장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민참여위원회 숙의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병행한다.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해 수렴된 의견은 오는 10월 말 발표될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에 담기게 된다. 최종안은 내년 3월 확정된다. 약 7개월에 걸친 공론화 과정은 한국 교육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 프로젝트다.
에듀테크 산업에 주는 의미와 향후 과제
이번 대입 개편 논의는 에듀테크 산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I 기반 평가 시스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시장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AI 튜터링, 적응형 학습 플랫폼, 자동 채점 시스템 등은 대입 제도 개편의 방향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분야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대입 제도 개편이 기술 도입에만 치우칠 경우, 교육의 본질인 '인간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함양'이라는 목표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정인 위원장이 강조한 "AI 시대를 주도하는 능동적 주체로서의 교육"이라는 비전은, 기술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둔 접근을 요구한다. 에듀테크 기업들 역시 단순한 기술 제공자가 아닌, 교육의 질을 높이는 파트너로서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개편이 '2028~2037'이라는 10년 단위 계획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에듀테크 업계의 중장기 전략 수립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2037년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예측하고 이에 부합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대입 제도 개편은 단순한 시험 제도의 변화가 아닌,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그 중심에 AI가 있고, 그 실행 주체로서 에듀테크 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