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예비교원 AI 교육과정 개발 착수…‘PAIES’ 체계가 던지는 시사점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정작 AI를 가르치고 활용해야 할 교사들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교육정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이

ewha.ac.kr 보도 이화여대, 예비교원 AI 교육과정 개발 착수…‘PAIES’ 체계가 던지는 시사점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정작 AI를 가르치고 활용해야 할 교사들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교육정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이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하는 ‘2026년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의 중등 AI 융합 분야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차원을 넘어, 예비교원이 AI를 교과교육의 목적에 맞게 재설계하고 학교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교육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 선정은 교원양성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에듀테크 업계와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화여대가 이번 사업에서 내세운 핵심은 ‘PAIES(Pre-service AI Education System)’다. 이는 예비교사가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수업과 평가를 직접 설계하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며 AI 기반 학교혁신을 실천하도록 설계된 통합 예비교원 AI 교육체계를 의미한다. 사범대학은 이 체계의 핵심 역량을 AI 리터러시, AI 윤리, AI 교수역량, AI 리더십의 네 가지 축으로 설정하고, 이를 교육과정 전반에서 단계적으로 함양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전공 교육과정을 AI 시대 교원양성 방향에 맞춰 전면 개편하고, 특정 전공을 넘어 사범대학 전체 예비교원의 AI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을 별도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관심과 진로에 따라 AI 관련 학습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자기설계모듈’ 교과목과 AI 윤리 교양과목을 신설하고, 이화여대의 셰어캠퍼스를 통해 개발된 콘텐츠를 전국 예비교원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정규 교육과정과 비정규 비교과 프로그램의 유기적 연계에 있다. 예비교사들은 교육 현장의 실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AI 기반 수업과 교육 도구를 직접 기획·개발하는 실천 중심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개발된 결과물은 교육봉사와 교육실습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즉시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이론 교육과는 차별화된다. 또한 교수진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AI 융합수업, AI 윤리와 평가에 관한 연수와 교수학습공동체 운영도 병행된다. 산업체 및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최신 기술과 학교 현장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책임 있는 AI 활용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AI 교육이 예비교사 개인의 역량 문제를 넘어, 교원양성기관 전체의 시스템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이번 이화여대의 움직임은 단순한 교과과정 개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대학 발전계획과 ‘AI4AE(AI 4 All Ewha)’ 비전을 교원양성 과정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대학 차원의 AI 교육 철학이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전공과 관계없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 차원의 교육 방향을 사범대학에 적용한 것은, AI가 특정 전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교과교육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박은혜 사범대학장이 밝힌 “예비교사가 AI 도구의 사용법만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교과교육의 목적에 맞게 AI를 활용해 학생의 성장과 학교혁신을 이끌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는 발언은 이번 사업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에듀테크 업계의 관점에서 이번 사업은 시장의 수요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현재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수업 도구와 플랫폼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화여대가 추진하는 PAIES 체계가 자리 잡게 되면, AI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교사들이 매년 배출되기 시작한다. 이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단순히 도구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교사들이 직접 수업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형 플랫폼이나 AI 윤리 검증 체계, 교과별 맞춤형 AI 모델 개발 등 보다 정교하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요구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예비교사들이 교육실습 과정에서 AI 기반 수업 도구를 직접 개발하고 적용하는 경험은, 졸업 후 현직 교사가 되었을 때 에듀테크 제품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이화여대가 모든 성과물을 셰어캠퍼스를 통해 전국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점은, 교원양성기관 간의 AI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국 사범대학과 교원양성기관마다 AI 교육에 대한 준비도는 천차만별이다. 일부 대학은 AI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어떤 대학은 교육과정 개편의 방향성조차 설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화여대가 개발할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모델, 평가 체계 등이 공유되면,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기관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준점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원양성체계 개편의 방향과도 맞물려, AI 시대 교원양성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 교육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적 목적과의 정합성에 있다. 아무리 정교한 AI 교육체계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이를 실제 수업에서 실행할 교수진의 역량과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있다. 이화여대가 교수진 연수와 교수학습공동체 운영을 사업의 주요 축으로 포함시킨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윤리 교육이 단순한 규범 교육에 머물지 않고, 실제 교육 현장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지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교사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학생 개인의 데이터 보호와 알고리즘 편향성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결국 AI 시대 교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 선정은 AI 교육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특히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 먼저 변화해야 학교 현장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화여대의 시도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1년간 개발될 교육과정과 콘텐츠가 어떤 형태로 구체화되고, 그것이 전국 교원양성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AI 시대의 교육은 결국 교사의 전문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번 이화여대의 도전은 한국 교원양성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듀테크 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교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