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진단한 한국 교육의 AI 활용: 슈라이허 국장이 던진 '질문'
일본의 차기 학습지도요령이 초등학교 정보교육 확대와 생성형 AI 활용을 공식화한 가운데, OECD 교육·스킬국장 안드레아스 슈라이허가 일본의 디지털 교육 현주소를 진단했다. 지난 7월 도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아사히신문 보도 | 4 days ago OECD가 진단한 한국 교육의 AI 활용: 슈라이허 국장이 던진 '질문'
일본의 차기 학습지도요령이 초등학교 정보교육 확대와 생성형 AI 활용을 공식화한 가운데, OECD 교육·스킬국장 안드레아스 슈라이허가 일본의 디지털 교육 현주소를 진단했다. 지난 7월 도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 교사들의 신중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순한 도입 여부보다 '교육적 의도'가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인 1기기 인프라를 넘어선 본격적인 AI 교육 시대를 준비 중인 한국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이 에듀테크 도입 속도와 규모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OECD 수장의 발언은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신호탄이다.
슈라이허 국장은 일본의 GIGA 스쿨 구상이 인프라 측면에서 성공적이었지만, 교사들의 실제 수업 활용도는 싱가포르나 에스토니아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단순한 실패로 보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신중하게 검증하고 있다는 뜻이며,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은 디지털 교육을 서두르지 않고 교육적 효과를 고민하는 일본의 태도를 이해하는 시각이다. 핵심은 활용의 양이 아니라, 학습 설계 안에 AI와 디지털 도구가 어떤 교육적 목적을 위해 배치되는가라는 점이다. 슈라이허는 AI가 개별 학습자의 학습 방식을 이해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면서도, 그 전제는 분명한 교육적 의도라고 못 박았다.
일본이 정보교육을 초등학교부터 확대하고 문부과학성이 교육 특화형 생성 AI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양국 모두 국가 주도로 에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 단계를 지나 실제 교실에서의 효과성 검증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일본은 한국보다 진입 속도가 느린 대신,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육과정 설계를 우선시하는 차별점을 드러낸다. 슈라이허가 일본 교육의 강점으로 꼽은 '교사의 힘'과 '학습 격차의 작음'은, 기술 도입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중요한 화두가 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슈라이허가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한국 교육계가 놓치기 쉬운 본질을 건드린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려는 국가 중 하나로, 내년부터 초등 3·4학년과 중1, 고1을 대상으로 단계적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반발과 학부모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데, 슈라이허의 지적처럼 '왜 AI를 쓰는가'에 대한 철학적 합의 없이는 기술이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AI가 공교육의 격차 해소 도구가 될지, 아니면 사교육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도구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슈라이허는 "사다리를 잘못 걸치지 않고 방향을 정하면 일본은 세계의 리더가 될 재료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발하다. 문제는 기술의 속도에 맞춰 교육 패러다임을 혁신할 수 있느냐다. AI가 단순한 문제풀이 도구가 아니라, 학습자의 사고 과정을 확장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교사 연수와 교육과정 재설계가 기술 도입과 병행되어야 한다. 슈라이허가 강조한 '교육적 의도'는 곧 기술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접근을 의미한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라는 성급한 실행보다,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더 깊게 나눌 필요가 있다. OECD가 지적했듯 디지털 교육의 성패는 인프라가 아니라 교사의 역량과 교육 설계에 달려 있다. 한국의 에듀테크 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그 기술이 교실에서 의미 있게 쓰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교사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슈라이허의 메시지는 단순히 일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 낙관주의에 빠지기 쉬운 한국 교육계에 보내는 경고이자 방향타다. AI 시대의 교육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와 가치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