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⑤ AI 시대, 교육 패권을 누가 쥐는가 — 중견국의 선택 (完)

[기획시리즈] ⑤ AI 시대, 교육 패권을 누가 쥐는가 — 중견국의 선택 (完)
AI 생성 이미지
UNESCO Digital Learning Week 2025
중국도 미국도 아닌 제3의 길, 그 조건을 묻는다

AI 거버넌스의 지형은 지금 세 축으로 나뉘어 있다.

중국은 플랫폼을 먼저 깔고 표준을 선점한다. 미국은 기술력으로 생태계를 주도하고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규범을 확산시킨다. EU는 규제로 글로벌 기준을 만든다. 2026년 AI 거버넌스는 유엔 주도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진정한 국제적 국면에 진입했지만, 이 야심찬 시도는 미·중 간 첨예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 긴장의 한가운데, 한국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견국의 딜레마: 줄서기냐, 독자 노선이냐

AI 개발과 배포,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견국은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 그리고 국제적 위상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중견국은 어디서 경쟁하고, 어디서 협력하고, 어디서 의존을 수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동맹국과 파트 국가 AI 인프라와 생태계를 제공하겠다고 양자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AI 리더와 팔로워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미·중 진영 분열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중견국들은 보다 주권적이고 안전한 독자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직면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이 이미 가진 것: AI 거버넌스 외교의 전례

한국에게는 이미 의미 있는 선례가 있다. 2024년 5월 영국과 공동 주최한 AI 서울 서밋에서 한국은 AI 안전, 혁신, 포용이라는 세 가지 의제를 균형 있게 담은 서울 선언을 이끌어냈으며,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일본·싱가포르 등 주요국과 함께 AI 안전 연구소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서밋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이 토론에는 참여했으나 서울 장관 성명에는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7개국과 EU가 AI 위험 기준 정의에 협력기로 합의한 가운데, 중국만이 이 통합된 접근 방식의 지지를 보류했다.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중국이 저우에서 WDEC를 통해 자국 주도의 AI 교육 표준을 설계하는 동안, 한국은 서울에서 미·영 중심의 AI 거버넌스 대화를 공동 시작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판이 동시에 짜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그 중 하나의 판에만 있었다.

2025년 한국 외교부는 AI 외교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UN·G20·OECD·APEC 등 다자 AI 논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 부서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한국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를 선도하는 능동적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AI 거버넌스'의 범위에 교육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UNESCO와 OECD: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기존 채널

지금의 국제 AI 교육 거버넌스 논의은 크게 두 채널에서 진행되고 있다.

UNESCO는 AI 교육의 '왜'를 다룬다. 가치, 윤리, 교육의 공공적 목적에 관한 규범적 프레임을 제시한다. OECD는 AI 교육의 '어떻게'를 다룬다. 이미 교육 시스템에 들어온 생성형 AI를 어떻게 학과 수 실 위해 용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적 가이던스를 제공한다.

2025년 5월 OECD와 유럽위원회가 공동 발표한 초중등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하고, 이해하고, 함께 창작하고, 비판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기준을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레임워크의 개발에 참여한 국가 목록에 캐나다·미국·우루과이·독일·프랑스·크로아티아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OECD의 2023년 디지털 정부 지수에서 한국은 33개 OECD 회원국 중 정부 AI 성숙도 1위를 기록했다. 정책 실행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제 표준 설계 테이블에서의 존재감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진정한 다자주의의 조건: 세 가지 제안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관찰자'에서 '설계자'로. AI 교육 거버넌스의 국제 논의에서 한국은 아직 참여자보다 관찰자에 가깝다. WDEC의 지털 교육 맹, OECD-EC의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 UNESCO의 AI 교육 가이던스 논의 모두 한국이 기여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채널이다. AI 서울 서밋에서 보여준 외교력을 교육 거버넌스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AIDT 실험을 국제 자산으로.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실패와 성과가 뒤섞인 현재 진행형 실험이지만, 이것 자체가 전 세계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데이터다. 기술 주권과 함께, AI 교육 현장 데이터를 국제 표준 논의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레퍼런스 국가'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결. 한국은 2022년 한-EU 디지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I, 디지털 플랫폼, 데이터 거버넌스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디지털 무역과 기술 표준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교육 기술 분야로 확장해, 중국의 무료 플랫폼 공세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동남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에 제시할 수 있다. K-에듀테크의 글로벌 진출과 원조 외교를 연결하는 패키지 접근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론: 판을 읽어야 판에 낄 수 있다

이 다섯 편의 기획기사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왜 한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런던의 Bett는 알아도 항저우의 WDEC는 모르는가.

그 답은 단순히 정보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판이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AI 교육의 미래는 영미권의 에듀테크 시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항저우에서도, 파리에서도, 제네바에서도, 그리고 우리가 아직 이름을 모르는 수많은 회의실에서도 동시에 설계되고 있다.

2026년은 AI 거버넌스가 처음으로 진정한 글로벌 면에 접어드는 해다. 그러나 이 야심찬 시도가 진정한 국제 협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경쟁하는 국가 전략들의 공존으로 그칠지는 아직 열려 있다.

그 열린 결말에, 한국이 어떤 목소리로 들어갈 것인지를 지금 결정해야 한다.


이 기획 시리즈는 ubion.global 뉴스룸의 'AI 교육 거버넌스' 연속 기획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