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③ AI 시대, 교육 패권을 누가 쥐는가 — 220개국에 무료로 깔리는 플랫폼

쇼룸 뒤에 있는 인프라, 그 설계도를 들여다보다
2편에서 우리는 WDEC 전시장에 Unitree 로봇과 iFLYTEK AI 칠판이 등장한 장면을 봤다. 이 기업들이 자신감 있게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전 세계 교육 시장에 깔려 있는 거대한 인프라가 그 배경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무료로 제공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왜 무료인가"와 "그래서 무엇이 따라오는가."
숫자로 보는 플랫폼의 실체
2025년 5월 기준 이 플랫폼의 등록 이용자는 1억 6,400만 명, 누적 방문 수는 613억 회에 달하며 200개국 이상을 커버하고 있다. 2025 3월에는 생성형 AI와 멀티모달 학습 분석 엔진을 통합한 버전 2.0이 출시됐다.
그리고 이번 2026 WDEC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중국은 이번 항저우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AI 교육 서비스 플랫폼 출시를 공식 시작했다. 현재 약 220개국에서 접근 가능한 스마트 교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업그이드이며, 평생학습 허브와 중국어 학습 커뮤니티가 새 기능으로 추가됐다.
플랫폼에는 초중등 교육 4만 4천 개, 직업 교육 1만 9천 개, 고등교육 MOOC 2만 7천 개의 학습 콘텐츠가 탑재돼 있으며, 2022년 UNESCO ICT in Education Prize를 수상했다.
국제판(csmartedu.cn)은 유엔 공식 6개 언어를 지원하며 뉴스·학습 자료·정부 서비스 세 섹션으로 구성돼 있고, 무료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나 접속해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3C 전략'이라는 설계도
플랫폼이 이렇게 설계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교육부는 이 플랫폼을 "연결(Connection)·콘텐츠(Content)·협력(Cooperation)"의 3C 원칙과 "통합·지능·국제화(Integrated, Intelligent, International)"의 3I 전략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결로 접점을 만들고, 콘텐츠로 의존성을 형성하고, 협력으로 관계를 고착화한다. 이 흐름이 낯설지 않다면, Unitree나 iFLYTEK 같은 기업들이 교육 현장에 진입하는 방식을 떠올려보면 된다. 기기와 플랫폼이 먼저 깔리고, 교사와 학생이 그 환경에 익숙해지면, 이후의 전환 비용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교육적 단절이 된다.
연구자들은 단일 인프라 공급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해당 국가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특정 공급자에 크게 의존하면 다른 제공자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디지털 생태계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중국어 학습 커뮤니티'가 갖는 의미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기능이 있다. 바로 중국어 학습 커뮤니티의 추가다.
평생학습 허브와 함께 추가된 중국어 학습 커뮤니티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단일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강좌, 학습 자료, 학습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표면적으로는 언어 교육 기능이다. 그러나 이것은 플랫폼에 문화적 접착제를 붙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공자학원이 오프라인에서 해온 역할을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확장하는 구조다.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포석
중국은 MOOC와 해외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교육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2024년 WDEC에서 중국 주도의 세계 디지털 교육 연맹은 디지털 교육과 AI 학습에 관한 두 가지 글로벌 표준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전략이 특히 효과적인 이유는 수요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일부,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저렴하고 품질 좋은 디지털 교육 인프라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학술 연구자들은 중국의 이 모델이 재정 제약, 인프라 격차, 외국 전문가 의존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비용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 대안으로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UNESCO 인증이라는 방패
비판적 시각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치밀하다. 스마트 교육 플랫폼은 2022년 UNESCO ICT in Education Prize를 수상했으며, 이는 디지털 학습 콘텐츠에 대한 포용적 접근을 보장하는 공공 플랫폼 활용에 초점을 맞춘 상이었다. "우리는 UNESCO도 인정한 공공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방어막이 된다.
이것은 교육인가, 인프라인가
물론 이 플랫폼이 실제로 전 세계 수억 명의 학습자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정하기 어렵다. 선의와 전략은 모순이 아니다. 그러나 수혜국 입장에서는, 그리고 한국처럼 이 생태계 밖에서 독자적인 에듀테크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2편에서 본 전시장의 화려한 기업 쇼케이스와 이번 편의 플랫폼 인프라 전략을 합쳐 보면, 하나의 완결된 그림이 나온다. 국가가 인프라를 깔고, 기업이 그 위에서 성장하고, 컨퍼런스가 그 생태계를 세계에 판매한다. 220개국에 이미 깔린 플랫폼. 우리가 Bett의 부스를 살펴보는 동안, 중국은 이미 세계의 교실에 들어가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든 흐름 속에서 한국의 AI 교육 정책과 에듀테크 생태계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